분별력 가지고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열왕기상 18장의 엘리야는 바빠보인다. 옆에서 비를 기다리는 아합왕을 두고 엘리야는 계속 사환을 재촉한다. 현대인의 삶은 엘리야보다 훨씬 바쁘다. 그래서 햄버거 등으로 대변되는 패스트푸드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희망처럼 보였다. 삶의 속도가 빨라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될 수록 빠른 시간안에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만 등 패스트푸드의 부작용이 알려지게 되고 이에 대한 슬로우푸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오랜 숙성과정을 거치는 한국음식이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먹거리 말고도 한국은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나라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은 ‘IT 강국 한국’의 배경을 한국인의 급한 성질에서 찾기도 한다. 서두르는 한국인의 습성때문에 상품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져졌지만 또한 그 ‘빨리빨리’ 때문에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 될수 있었다. 자원과 환경의 열악함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산업사회와는 달리 지식사회에서는 이 ‘빨리빨리’의 강점이 통한다.

 새 핸드폰 교환주기는 이미 1년안으로 좁혀졌다. 그 욕구는 새로운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을 자연스럽게 요구하게 되었고 우리나라를 핸드폰 천국으로 만들었다. 버퍼링을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운영체제와 속도에 대한 필요(need)를 요구했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교차 발전이 이루어졌다. 좋아하는 새로운 게임을 하기위해서 성능이 향상된 새 컴퓨터를 구입하게 되는 공급과 수요의 반복은 해당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렇게 ‘빨리빨리’에는 장단점이 있다.

 성경의 역사를 쭉 보노라면, 하나님이 강조하신 ‘천천히’의 공식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노아는 방주를 만들고 비가 올때까지 하나님을 믿고 120년의 시간을 방주제작에 투자해야 했다. 순전하고 정직했던 욥은 자신에게 닥친 재앙이 사라질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려야 했다. 아브라함 또한 75세에 약속을 받고 175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100년이 넘도록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천천히’를 배워야 했다. 창세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받고 있는 요셉도 보디발 아내의 고소로 감옥에 갇힌 뒤 14년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영웅 모세의 인생여정에도 개입하셔서 ‘천천히 흐르는 미디안광야 시간’ 40년을 경험케 하셨다. 예수님 또한 30년의 기다림 후에 공생애를 시작하셨다. 흔들리는 제자들을 바라보시며 그들에게 집중적인 훈련과 관심을 3년동안 쏟으셨다. 예수께서는 오직 인내로써 자신의 때가 올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셨슴을 볼 수 있다.    

 미국 에모리대학 사회학 교수인 프랭크 레흐너는 ‘World Culture’라는 저서에서 오순절문화에 대해 “열정과 다양성이 세계문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또 다듬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이끌어온 조용기 목사의 끝까지 참고 기다리며 인내하는 리더십을 조명하고 있다. 순복음으로 대변되는 오순절문화는 성령문화다. 성령의 강림은 마가다락방 열흘동안의 기다림이 있었다. 최근 예배 광고때 나오는 앞사람과 옷깃이 안닿을 정도의 여유있는 퇴장문화도 그 맥을 같이한다 하겠다. 

 이 시대는 복음전파가 우선시 되는 때이다. 최근 이슬람세력의 거침없는 확장을 보면서 주님이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에 대해 거듭 상기해야한다. ‘빨리빨리’와 ‘천천히’를 비빔밥처럼 우리 삶 속에 비벼먹으며 우리는 이렇게 외쳐야 하지않을까? “복음전파는 빨리빨리, 교구버스는 천천히” 

임 훈 목사(강서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