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인물들은 대개 세 단계의 삶을 산다. 모세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인생 1기인 40세까지는 왕궁에서 평안히 지내면서 학습을 했다. 도망자 신세였던 인생 2기인 80세 까지는 무의미해 보이지만 앞날을 위한 훈련의 기간이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인생 3기에  이스라엘 백성의 출애굽을 진두지휘하고 120세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의 삶을 보면 기간이 정확하게 나눠지진 않지만 대개 세 단계를 거치게 된다. 부모님 슬하에서 공부를 하고, 사회에 나와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피나는 훈련기간을 거친다. 비로소 어느 위치에 오르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일찌감치 철이 든 사람은 훈련기간을 치밀하고 알차게 보내 인생 초반부터 빛을 발한다. 그런가 하면 중요한 시기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여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막판까지 남에게 피해만 입히다가 허망하게 판을 접는 인생도 있다.

 내 경우는 인생 스케줄이 뒤죽박죽이 되면서 1기와 2기가 뒤섞여 버렸다. 10대에 경제활동을 했는가 하면 30대에 대학을 다녔다. 다양한 글쓰기를 하다가 2년 전에 소원이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올해 또 한 권의 소설을 발표했으니 어느덧 인생 3기에 접어든 셈이다.

 당신은 지금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가. 여전히 유아적인 생각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훈련을 너무 오래 끄는 건 아닌지, 치고 나가야 할 때 미적거리는 건 아닌지, 중간점검을 확실하게 해봐야 한다. 이제 빛을 발해야 할 때라고 판단되면 맹렬하게 타올라야 한다.

 인생 2기의 막바지, 혹은 3기의 초입에 도달한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새삼 우리 삶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깊이 실감하게 된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허리띠를 조이던 친구가 갑자기 질병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절하는가 하면, 느닷없는 사고로 황망히 떠나버린 친구도 있다. 우리도 모세처럼 인생을 40년씩 3등분해서 공평하게 배정받으면 좋겠지만 떠날 때는 순서가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매순간 인생 3기에 접어들었다는 각오로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 각오대로 잘 되지 않는 게 인간의 속성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기도하면서 달려나가자.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