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 강산도 변한다. 법에 있어서도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행사를 게을리 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으면 마치 강산이 변하는 것처럼 자신의 권리가 소멸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즉, 권리자는 자신이 가진 권리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므로 항상 이를 유의해야 한다.

1. 소멸시효기간
 소멸시효기간은 권리의 종류마다 각양각색이어서 일반인들이 잘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민법 제162조는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일반원칙을 규정해 놓았는데, 이는 원칙적인 내용을 규정한 것이고, 실제 사례에서는 각종의 권리마다 소멸시효기간이 별도의 조문으로 각각 다르게 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상법 등 특별법에 별도의 소멸시효기간을 정해 놓은 경우가 있어 일반인이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권리자들은 자신의 권리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이 몇 년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소멸시효기간 중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소유권: 이는 물권으로서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타인이 20년간 부동산을 점유를 계속하면 그 타인이 권리를 시효취득함으로써 반사적으로 당초의 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②일반 채권: 상대방의 이행행위가 필요한 권리를 ‘채권’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채권은 원칙적으로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이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도 상대방의 이행이 필요한 채권이므로 10년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금전거래 채권의 소멸시효기간도 10년인데 이는 원금만 그렇고, 이자는 3년간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소멸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③상사채권: 같은 금전채권이라 하더라도 금전거래의 당사자중 어느 한쪽이 상인인 경우는 “상행위”가 되어 민법이 아니라 상법이 적용되어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되어 10년보다 그 기간이 단축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④물건판매대금채권: 한편 상인이 물건을 팔고 나서 “판매대금”을 받을 권리는 비록 상거래에서 발생한 상사채권이라 하더라도 민법 제163조 제7호에 특별규정으로 상법상의 5년보다 더 단축하여 3년의 소멸시효기간을 정해 놓았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⑤단기소멸시효: 민법 제163조, 민법 제164조에는 3년, 1년의 소멸시효가 되는 권리들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면 된다. ⑥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채권으로서 채권이기는 하지만 민법 제766조에 의해 가해자 및 손해발생 사실을 “안 때”로부터 3년과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중 빨리 도달한 것이 있으면 권리가 소멸한다.

2.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방법
 권리자는 소멸시효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고 그 진행중인 때에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여 소멸시효의 진행을 중단시킬 수가 있다. 소멸시효의 중단방법으로는 권리자가 의무자에 대하여 재판상 청구, 가압류, 가처분, 압류를 하거나 의무자가 채무를 승인하면 중단되는데,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면 중단시점부터 본래 정하여진 소멸시효기간이 원점에서 다시 진행한다. 예를 들면 일반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10년인데 10년이 다 되기 직전에 위에서 말한 중단행위를 해놓는다면 중단행위시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나야 권리가 소멸한다. 한편, 권리자가 의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가압류를 해 놓는 경우 가압류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은 권리자가 권리를 계속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가압류기간 동안은 소멸시효가 계속해서 중단되고 가압류가 해제되는 시점을 기점으로 다시 원점에서 소멸시효가 진행하기 시작한다.
 채권자, 채무자, 보증인이 있을 때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소멸시효를 중단시켜 놓으면 보증채무의 본래 속성상(주채무에 부종하는 속성) 별도로 보증인을 상대로 중단행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3. 소멸시효는 반드시 소송중에 주장하여야
 소멸시효는 의무자가 권리자를 상대로 주장하는 것인데, 소송 중 의무자가 반드시 이를 변론시에 ‘주장’하여야 한다. 민사소송은 소송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것을 법원이 그 당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권리가 이미 소멸하였다는 주장을 하지 않으면 비록 소멸시효가 끝났다 하더라도 법원이 알아서 이를 인정해 주지는 않으므로 의무자는 반드시 변론시에 소멸시효를 서면 또는 구두로 주장해야 한다.

4. 제척기간 제도
 한편 소멸시효와 비슷한 제도로서 제척기간이라는 것이 있는데, 제척기간도 그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는 측면에서는 소멸시효와 유사하나, 제척기간은 권리 자체의 존속기간이기 때문에 권리자가 제척기간을 도중에 중단시켜 놓을 수도 없다. 따라서 권리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한 제척기간은 의무자가 주장을 하지 않아도 법원이 알아서 직권으로 판단해 준다. 민법 제406조에서는 채무자가 재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재산처분행위를 하는 경우에 채권자가 이를 취소하는 사해행위취소권(채권자취소권)을 규정해 놓았는데 여기서는 명문으로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날로부터 1년 또는 취소원인이 있은 날로부터 5년내에 반드시 “소송”을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는 제척기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권리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소멸하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백석
 (법조인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