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13).
 종국에는 믿음 대신에 보이는 형상이 오며  소망 대신에 우리가 바랐던 행복이 온다.  영원한 천국에 도달하게 되면 믿음도 소망도 사라진다.  믿음은 보이는 형상에 대한 앎이 되고  소망은 우리가 바랐던 행복으로 대체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사랑만은 믿음과 소망이 사라질지라도 더욱 커가기만 할 것이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믿어 사랑한다면,  보기 시작할 때에는 그것을 얼마나 더 사랑하게될 것이며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을 소망하며 사랑한다면 그것에 도달했을 때는 얼마나 더 사랑하게 될 것인가! 그러므로 사랑만이 길이 남는다.

그러나 정욕적이고 잠시적인 것과 천상적이고 영원한 것이 서로 다르니 정욕적이고 잠시적인 것은 갖기 전에는 열렬히 바라고 사랑하지만 손에 막상 들어오면 시들해 진다.  그것은 정욕적이고 잠시적인 것이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영혼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까닭이다.  사랑이 점차 시들해 진다면 애초에 사랑하지 않느니보다 더 못하게 된다. 무엇이든지 있다가 사라지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의 역사, 즉 없다가 생겨나는 일과는 정반대이다.  사랑이 있다가 없어질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없는 편이 더 낫다.  마귀는 우리로 하여금 그 무엇을 사랑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말아야할 것을 사랑하게 한다. 그리하여 점차 증대되기는커녕 오히려 쇠퇴해지는 사랑을 보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가장 치명적인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려 한다. 이러한 깨달음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찬송을 부르게 된다.  “이전엔 세상 낙 기뻤어도 지금 내 기쁨은 오직 예수 다만 내 비는 말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 더욱 사랑' 

그러나 천상적이고 영원한 것은 그리워할 때보다 막상 소유할 때 더 뜨겁게 사랑하게 되는 법이다. 따라서 천상적이고 영원한 것에 대한 사랑은 더욱 증대된다. 이러한 깨달음에서 클레르보의 베르나드는 다음과 같이 찬송한다.  “구주를 생각만 해도 내 맘이 좋거든 주 얼굴 뵈올 때에야 얼마나 좋으랴!”(찬송가 85장) 사랑을 점차로 증대시키는 것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사랑을 점차로 시들게 만드는 것은 사랑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사랑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랑하게 하고, 덜 사랑해야할 것을 더 사랑하게 하며, 더 사랑해야할 것을 덜 사랑하게 하는 마귀의 올무에 걸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응당 사랑해야 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하되 가장 사랑해야할 하나님은 가장 사랑하고, 더 사랑해야 할 것을 더 사랑하며(예를 들면, 영혼은 육체보다 더 사랑해야 할 것이다), 덜 사랑해야 할 것은 덜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