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한 때, 비틀즈의 음악이 크게 유행하자 비틀즈로 대표되는 팝송과 록음악을 ‘사탄의 음악’이라 단정, 크게 꾸짖어 몰아 부치던 교계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비틀즈를 듣기 좋아하던 젊은 기독청년들이 크게 당황스러워했음은 물론입니다. 그 뒤로 컴퓨터라는 신묘한 지능적 기계가 등장해서 세상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교회의 어른들은 ‘컴퓨터야 말로 사탄의 내습’이라며 경계의 목청을 크게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 행정 사무를 컴퓨터에 의존하려던 일선 목회자들이 찔끔해서 눈치를 살펴야만 했습니다.  

 교회 어른들 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의 어른들도 그에 못지않은 이들이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경부고속도로를 뚫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자 ‘어른’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극소수 자가용족들을 위한 고속 드라이브 코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냐?” 비슷한 무렵에 정부의 획기적인 주택정책이 발표되었는데 그 근간은 공동주택(아파트)을 대규모로 지어 공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어른’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우리나라 실정에 서양식 아파트라고?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 기반인 된장 고추장 항아리의 장독대는 어찌하라고? 서구식 모방에 눈먼 어설픈 주택정책은 당장 걷어 치워라”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당시의 주인공이었던 어른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알 길 없는 채…. 다만 큰 소리로 꾸짖던 그분들의 목소리만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또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그런 부류의 어른들은 계셨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늘 깨어있어야 할 우리 교회 안에 그런 ‘눈 감은 어른’들이 아직도 일부 계셔서 밝아야 할 기독신앙의 생활문화 자체를 어둡고 칙칙하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비틀즈도 들어서는 안 되는 교회, 컴퓨터도 사용해서는 안 되는(또는 그에 준한) 꽉 막힌 교회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 젊은이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끝마다 탄식하는 어른들이 부디 이 글을 읽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우주와 세상의 만물에 해당하여 그 섭리가 닿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당연히 비틀즈도 하나님의 자손이며 컴퓨터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문명의 이기입니다. 심령을 거룩하게 닦아주는 성가와 마찬가지로 록큰롤은 즐거운 것이고 재즈는 흥이 나는 것입니다. 그것들 모두는 저마다의 필요에 따라 사람 사는 세상에 태어났을 테지요. 자신들이 살아온 시대의 격식이나 규범에 일치하지 않는다 하여 새로운 문명이나 문화의 흐름을 ‘사탄의 내습’으로 매도해온 어른들의 숫자가 이제 우리들의 시대에는 옛날보다 많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나님의 무한영광을 노래해야 할 젊은이들을 문화의 편식(偏食)장이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