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억새밭에서 추억만들기

 월드컵공원 내에 ‘하늘공원’에는 기품 있는 빛을 발하는 억새의 은빛 물결이 한창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반나절 정도의 시간 만으로도 멀리 나가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도 하늘공원만의 장점이다.  

하늘 공원의 명물 억새를 보기 위해서는 271개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야 한다. 다리가 아프고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지그재그로 펼쳐진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발아래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경치가 펼쳐진다. 유모차나 자전거를 가져온 사람, 계단을 오르면 관절에 무리가 생기는 사람들은 계단 좌측에 펼쳐진 넓은 아스팔트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또 그 길만의 풍취가 있으니 아쉬워하지 말고 억새 구경에 나서보자.

해발 98m의 정상에 오르면 억새들이 반갑다고 온몸을 흔들며 반기고 높은 곳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은 얼굴에 송송맺힌 땀방울을 식혀준다. 공원 전체에 울려 퍼지는 잔잔하고 아련한 선율의 음악들 속에 ‘솨 솨, 한들 한들’ 춤을 추는 억새들이 가을 정취를 한껏 고조 시킨다.

공원 입구에는 빨강, 분홍, 보라색의 코스모스가 넓은 부지안에 싱싱하게 피어있어 은빛 공원만 예상했던 관광객들에게 예기치 못한 화려한 색조의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잠자리, 나비, 벌, 귀뚜라미 등 각종 곤충들도 공원 곳곳을 바쁘게 누비며 단조로운 풍경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었다. 어디선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쪼로롱 거리는 새소리도 하늘공원의 매력을 한층 더했다.    

친구,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높다랗게 키가 큰 억새밭길을 걷노라면 가을 햇살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 혼자 있을 때의 억새는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하지만 은빛 바다의 파도처럼 너울대는 억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기의 무대로써 그만이다.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가 지쳤다면 곳곳에 설치해 놓은 인형들과 포토존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보자.   

원래 하늘공원 자체가 그 이름처럼 하늘과 가까운 곳에 있어 도심 속 공원이지만 19만㎡ 의 광활한 초지는 인적이 드믄 시골 마을에 온 듯 공기도 상쾌함을 주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 하다. 또한 눈앞에 아무 것 걸리적 거리지 않고 하늘이 바로 보이고 작은 풍차 발전기가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어 도시와는 전혀 다른 풍광에 신비로움까지 느낄 수 있다. 

 가을 볕이지만 낮에는 볕이 퍽 뜨겁다. 하늘공원에는 햇볕을 가릴 수 있는 그늘이나 가림막이 없어 조금만 거닐어도 햇살이 피부에 고스란히 박힌다. 양산이나 모자를 챙겨 가야 한다. 
 19일까지는 서울 억새축제가 열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억새 구경과 쉼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축제 후에는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는 사라지겠지만 조용한 분위기가 짙어가는 가을을 느끼기에는 더 없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단, 해져무는 시간에 맞춰 입장시간이 제한 되는데 10월에는 오후 5시까지 입장해야 하며 11월 이후에는 4시까지 입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