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82년 12월 마지막 주에 처음 주님을 영접하기로 결심했었다. 하지만 사단의 흉계였는지 집에 연이어 환란이 끊이질 않자 6개월도 안되어 교회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비가 억수로 많이 내린 날이었다. 직장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흑석동에 위치한 성모병원에서 식구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전화였다. 당시 남편과 아이들은 요인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놀란 마음에 한달음에 병원으로 찾아 갔다. 다행이도 당시 7살, 4살이던 아이들은 다친 곳이 없었다. 남편만 다쳐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의사는 “심하게 다친 건 아닌 거 같다”며 나를 위로했다. 이야기를 들으니 버스 맨 뒷좌석에 앉아 있던 남편과 아이들은 버스의 충돌로 남편만 앞으로 튕겨나가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큰 부상을 당한 곳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버스회사와의 손해배상도 기쁜 마음에 특별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침대 위의 남편이 하반신에 감각이 없다고 말하는게 아닌가. 꼬집어도 보고 때려도 보았지만 전혀 느끼질 못했다. 의사는 놀라며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정밀검사결과는 하반신마비였다. 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의사는 “수술해도 완치될지 모르겠다”며 불안한 소리만 했다. 더구나 남편은 그 얘기를 듣자 수술을 안받겠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총체적 난국에 부딪혔다.

그 때 떠오른 것이 하나님이었다. 난 무작정 교회에 찾아가 새벽기도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간절히 부르짖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던 사업도 실패해 사글세 방에서 어렵게 살던 때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께 간절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기도해야되는 지도 모르던 나는 ‘하나님 전 기도도 할줄몰라요. 그냥 도와주세요’라고 고백하며 그냥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병원에서는 수술하라고 우리 부부를 설득했지만 남편의 고집은 더 심해졌고 병수발하는 가족들도 남편의 등살에 힘들어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갈 무렵이었다. 남편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께 치료받아야겠다”며 끝까지 수술을 거부했다. 한편 남편의 사고를 처리하던 보험사에서는 우리 사정을 듣고 수술을 받으면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우리 부부는 독방을 일주일간 빌려 금식기도를 드렸다. 기도하던 중 난 하나님의 환상을 볼 수 있었다. 하얀 백지에 빨간 도장을 찍어 주셨는데 기도도 할 줄 모르는 나에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도 없었다. 남편과 난 기도원에 갈 것을 결심하고 퇴원하려했는데 병원과 마찰이 벌어졌다. 결국 병원과 실랑이 끝에 남편을 데리고 집에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을 데리고 기도원에 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남편 병수발을 맡기고 기도원으로 갔다. 3일을 작정하고 기도했다. 이튿날 하나님께 간구하던 중 갑자기 팔이 빠질듯한 통증과 함께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너무 놀라 신앙상담실에 찾아가 물어보았다. 그러자 목회자 한 분이 “기도에 응답받았다”며 함께 기도해주셨다. 그 때 난 조용기 목사님이 내게 오셔서 손 얹고 기도해주는 환상을 볼 수 있었다. 3일 작정기도를 마치고 집에 와서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남편을 위해 기도하려 할 때 남성지구역장, 여성지역장, 날 교회로 인도한 분, 교구식구까지 방문한 것이었다. 성령님의 인도로 찾아왔다며 함께 기도해주었다. 한참을 기도하던 중 갑자기 누워있던 남편이 “아프다”며 꿈쩍 않던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더 놀라운 것은 교구식구들의 부축에 일어서고 심지어 마당을 걷기까지 했다. 할렐루야.

그 후 우리 집에 쌓여 있던 문제들은 하나님이 하나하나 해결해주셨고 남편은 그 후로 남편도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언제나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지켜주시고 보호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이 고백을 통해 불신자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