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식물 동물뿐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도 각기 다른 냄새가 있다는 점입니다. 어린 아기의 젖내, 운동선수의 땀내, 노인에게서 나는 노인내 같은 것들인데 그런 냄새들에 더하여 사람에게서는 저마다 인격과 인품에 따른 ‘향기’가 따로 난다는 사실을 나는 오래전부터 재미있게 느껴왔습니다.

 50대 여자 집사님 한 분이 계십니다.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 같은 모습을 한 평범한 분입니다. 특징을 굳이 든다면 이분은 평생 살아오면서 남편분과 단 한 차례도 다퉈본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남편분이 훌륭해서도 그렇겠지만, 그보다는 이 집사님의 성품이 원래 늘 이해하고 져주고 순종하는 까닭이라는 사실에 더 무게가 실립니다.

 늘 미소 띤 얼굴을 하고 사는 이분이 얼마 전에 ‘새벽예배 목사님 물 당번’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새벽 예배 때 강대상에 물 한 잔을 올리는 일이니 그것이 특별히 어려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재미납니다. ‘당번’을 자임함으로써 새벽기도에 빠질 수가 없이 자신을 스스로 묶어두기 위해서가 그 이유였던 것입니다. 이 집사님이 최근에는 또 하나 새로운 당번을 자임했습니다. 동네에 사는 다른 집사님 서너 분의 새벽기도를 위해 승용차 함께 타기 운전기사를 자임한 것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새벽잠을 자버리거나 하면 다른 집사님들이 어두운 새벽 거리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릴 터이므로 절대로 새벽기도에 빠질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예에서 보셨듯이 집사님은 항용의 미소 가운데 자신에게는 엄격하면서 남에게 한없이 너그러우십니다. 늘 양보하고 져주고 기도해주십니다. 남편 앞에서 순종하고 말씀 앞에서 순종하십니다. 말을 하기보다 듣기를 즐기십니다. 가정의 불화가 생기려야 생길 턱이 없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참 신앙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분한테서는 고결하고 단아한 인품의 향기가 나기 마련입니다. 순종의 향기, 양보의 향기, 미소의 향기, 베풂의 향기가 나기 마련입니다. 교회마다 그런 전 인격적인 모범 신앙인이 꼭 몇 분씩 있기 마련입니다. 교회를 지키는 ‘믿음의 향기’인 것입니다.

이만재 (카피라이터, ‘막 쪄낸 찐빵’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