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람들이 급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유명한 일이다. 마음이 느긋한 사람도 줄만 보면 조급해져서 경쟁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비행기가 도착하자마자 재빨리 짐을 꺼내 서있는 모습은 비싼 항공료를 지불한 사람이 아닌 피난민 모습에 가깝다.
나 또한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고 기다리느니 포기한 적이 많다. 하지만 소중한 것이라면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태어날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고, 춘향이가 이몽룡을 기다리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기다리고…
그렇게 기다려서 얻는 것 중 가장 귀한 것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복이다. 시한도 실체도 알 수 없기에 원망하고 좌절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하시는 일이 많다. 당장 트럭이 나를 덮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하나님이 인도하심을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
얼마 전 미국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조카의 간증을 들었다. 자기 엄마를 닮아 울보였지만 순복음교회 권사님인 할머니와 구역·철야예배 할 것 없이 다녀 신앙 조기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고등학교 때 늦게 시작했지만 명문 음대에 들어간 조카는 하나님이 해주셨음을 알기에 미국 교도소 선교도 다니고 북한 선교 음악회도 여는 기특한 아이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좋은 선생님께 배운 학생들과의 경쟁이 쉽지는 않았는데 이번 4학년을 앞두고 꼭 가고 싶은 음악제에 신청을 했다.기도를 열심히 했으나 떨어져서 실망한 조카는 울고불고 하나님께 새벽에 나가 떼를 쓰듯 기도도 하고 교수님께도 부탁하는 등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했으나 결국은 차선책인 다른 음악제에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뜻밖에 최고의 실력인 앙상블에 들어가 평소 하고 싶은 곡을 연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메시앙의 ‘요한 계시록’이란 곡인데 마지막 악장의 제목이 ‘예수님의 영존하심’으로 가장 느린 템포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만이 연주하는 곡이라 한다. 당연히 조카는 주님께 기도하며 연주했고 그곳의 청중들은 예수님의 임재를 느끼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주님이 조카를 통해 영존하심을 나타내셨으니 주께서 쓰시고 싶어 그곳에 부른 것이 아닌가. 우리 그리스도인의 목적이 바로 주님의 도구가 되는 것이니 가장 귀한 것을 얻었고 그 날 이후 조카의 실력과 명성이 높아진 것은 세상적인 보너스였다.
기다림도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부터 늦장 신호와 천천히 가는 차도 하늘 한 번 쳐다보며 기다려보고 연락이 늦는 아이도 평안히 기다려보자.
광야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불평해서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한 조급한 유대인들이 되지 말고 이 땅에서의 삶인 광야에서 주님의 뜻하심을 기다려 성공하는 그리스도인이 모두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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