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만들어 낸 히어로
스크린에 등장한 캐릭터를 통해 대리만족하기도
최근 스크린을 뜨겁게 달군 작품은 ‘배트맨-다크나이트’였다. 범죄의 도시 고담시의 밤하늘아래에서 고독하게 범죄자들과 싸우는 배트맨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의 가장 최신 시리즈로 악역 ‘조커’를 연기한 배우 히스 레저의 죽음과 함께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크리스찬 베일 명감독과 명배우가 만나 전작 ‘배트맨-비긴즈’의 성공을 배경으로 이번 다크나이트는 말 그대로 ‘흥행대박’을 터뜨리면서 미국에서는 ‘타이타닉’ 이후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었다. 필자가 평가하기에는 배우들의 명연기는 물론이려니와 감독의 연출, 스토리 등 어떤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올해 최고의 작품이다.
하지만 배트맨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왜냐하면 히어로 영화들의 연이은 성공이 다크나이트의 성공을 예감케 했기 때문이다. 물론 헐크라는 예외 작품이 있긴 하다.
스파이더맨, 수퍼맨, X맨, 아이언맨 등 수많은 히어로 영화들이 제작되거나 제작될 예정이다. 이런 만화 속 영웅들이 영화로 제작되는 배경에는 영화제작기술이 좋아져서 특수효과를 이용해 만화 속 캐릭터들을 재현하기가 쉬워졌고 대다수의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해 시리즈물로 이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영웅물들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것일까?
이런 대중들의 심리를 알기에 앞서 슈퍼 히어로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로 거슬러 가보자. 슈퍼 히어로의 대명사인 ‘수퍼맨’의 경우 1938년 경 DC코믹스(당시 액션코믹스)를 통해 데뷔했다. 다음 해에는 배트맨이 데뷔했다. 그 후 연이어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때가 바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혹은 세계대전 중이며 히어로들은 코믹스(만화책)에서 탄생했다. 전쟁 전 그리고 전쟁이 시작된 후에는 대중들의 심리가 불안, 초조해지고 두려움이 가득했을 것이다. 설사 전쟁이 발발한 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적 불안, 심리적 불안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 때 등장한 것이 바로 슈퍼 히어로였던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가설이 있지만 가장 공감되는 가설이 바로 심리적인 불안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는 대중들의 심리가 슈퍼 히어로의 탄생과 성공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최근 히어로들의 영화화와 맞물리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대중들의 심리가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가폭등과 맞물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쪽에서는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과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도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만 해도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이런 정보들이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퍼지기도 하고, 때로는 알려지지 말아야할 소식이나 거짓 소식까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지켜줄 누군가’ 혹은 ‘이 시대를 구원해줄 누군가’를 마음속 깊이 찾게 되고 코믹스에 등장한 히어로들이 스크린을 통해 조금 더 현실처럼 다가오는 것을 반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수퍼맨처럼 누군가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고 배트맨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범죄로부터 구원해주길 바라고, 스파이더맨에게서 약자의 고통을 분담하고 아이언맨에게서 내가 가질 수 없는 힘을 부러워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