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남들에게 나를 “유명한 소설가예요. 이러이러한 작품을 쓰고…”라며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면 “전혀 유명하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한다. 길게 이력을 덧붙여야 할 정도면 절대 유명인이 아니다. 딱 보는 순간 이름을 알거나, 이름을 말할 때 “아!”하는 탄성이 흘러나와야 유명한 것이다.

  얼마 전 두 번째 장편소설을 냈는데, 무명 소설가인지라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다. 그런가하면 나와 같은 날 소설을 발표한 유명작가의 책은 불과 며칠만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이름 자체가 유명 브랜드가 되었고, 독자들이 그 브랜드를 믿고 책을 선택한 덕분이다. 그걸 지켜보면서 처음으로 유명 작가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만대면 알만한 사람이 되기까지 유명인들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그들의 유명세를 시샘하거나 나를 몰라주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그들이 그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흘린 땀을 기억해야 한다.

  유명한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하루아침에 이름이 나는 경우가 많지만  빈 수레거나 뒷심이 부족해 유명세가 금방 물거품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가 하면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영원히 각인되는 유명 범죄자들도 있다.

  기왕이면 이름만 들어도 교훈이 되고 은혜가 되는 유명인이 되는 게 좋지 않겠는가. 나는 유년주일학교 때부터 ‘에스더’라는 이름을 좋아했다. 일단 예쁜 데다 힘든 관문을 통과하여 왕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민족을 구하고자 금식기도를 한 뒤 위험을 무릅쓰고 왕 앞에 나가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했다. 에스더라는 이름은 나에게 달콤함과 함께 비장함을 떠올리게 한다.

  유관순 누나, 안중근 의사, 우리 민족에게 힘이 되는 이름이다. 손양원 목사님, 주기철 목사님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숙연함과 함께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많은 사람에게 각광받고 후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이 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주변 사람이 인상 찌푸리지 않는 이름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