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국토개발 좋아하던 정치가가 있었습니다. 자칭 애국자인 이 사람은 우리 좁은 국토를 넓히는 것이 애국이라 믿었습니다. 헬기를 타고 둘러 본 즉 우리나라에는 특히 서해안 쪽에  ‘쓸 데 없는 개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마침 중동 건설경기가 퇴조를 맞음에 따라 국내에 들어와 놀고 있는 토목 중장비들이 많았습니다.   이 정치가는 곁에서 부추기는 토목업자들을 동원하여 성능 좋은 중장비로 ‘국토’를 넓히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국토를 넓힌다 함은 ‘쓸 데 없는 바닷가 개펄’을 흙으로 메워 농지로 만드는 일입니다. 일의 방식은 단순했습니다. 바다 쪽으로 삐죽이 솟아 있는 갑(岬)과 갑을 제방공사로 연결시켜 바닷물을 빼내기만 하면 졸지에 수백만평의 새로운 육지가 절로 생겨난다는 공식입니다. 새로 생겨난 육지는 몇 년 동안 염분이 빠지기를 기다려 논을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그 논에 모를 내면 해마다 수백만 톤의 쌀이 생산되는 것입니다.  

 정치가는 그것을 치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불타는 애국심의 발로에 따라온 기적적 성과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아쉬웠던 점이 있었습니다. 이 정치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대자연의 모습이 하나님의 귀한 작품이요, 고마운 선물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서해안에 주어진 개펄도 당연히 그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쓸 데 없는 개펄’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해안의 개펄은 논밭과 달리 비료를 주지 않아도, 씨앗을 뿌리거나 잡초를 제거하지 않아도, 논밭고랑을 힘들여 일구지 않아도, 돈 들여 농수로를 가설하지 않아도 그냥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그 자체의 생태섭리에 따라 천문학적인 수량의 싱싱한 어패류를 사시사철 생산해냅니다. 영양가 높은 비단조개 피조개 맛조개 새조개 참게 집게 그리고 낙지류가 전부 개펄에서 나는 것들입니다. 장마나 가뭄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가장 완전한 하나님의 바다농장이 바로 개펄이기 때문입니다. 뿐만이 아니라 개펄은 오염된 바닷물을 정화시키는 천혜의 정화설비 구실까지 해냅니다.   

 그래서 학자들이 따져보았습니다. 원래의 개펄상태일 때와 농지로 메웠을 때의 생산성을 따져 비교해본 것입니다. 그 생산성의 차이가 무려 100:1 로 나타난 것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하나님의 선물, 즉 서해안 개펄이 거의가 다 사라진 후였습니다. 

 산이건 강이건 바다건 하나님의 작품을 인간이 개조한다는 것은 가소롭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나님의 선물 주심을 외면한 채 코앞의 이익만 따져 그런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일러 우리는 바보라고 부릅니다. 그 어느 경우라 하더라도 인간의 지혜 따위로는 하나님의 대자연 섭리를 감히 거스르거나 흉내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