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경기도 산본에 있는 한 아파트 1층에서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약10년 전에 지은 것이고 김씨는 이 아파트가 건축되던 초기부터 계속 거주해 왔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생겼다. 김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남쪽방향에 새로운 아파트가 높게 신축되면서 김씨의 1층 집에 들어오던 햇볕의 양이 급감하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햇볕이 줄어들자 괜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 같고 무언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김씨는 무슨 권리를 침해당한 것일까?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가지며”라고 규정하여 일반 국민의 ‘환경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권으로는 일조권(햇볕을 받을 권리), 조망권(자연 경관을 바라볼 권리), 프라이버시권(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등이 있다.
현재 김씨는 환경권 중 ‘일조권’을 침해받고 있는 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사람이 햇볕을 충분하게 받지 못하면 정서적, 신체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며 집값 자체도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재산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김씨는 일조권의 침해를 근거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조권이 침해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도시와 같이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의 권리도 동시에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상린관계의 문제), 일정한 한도내에서는 일조권의 침해를 참아야 한다(수인한도의 문제). 이러한 수인한도를 넘는 경우에만 일조권의 침해로 보아 손해를 배상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에서는 겨울 동짓날을 기준으로 아침9시부터 오후3시 사이의 6시간 동안에 집안으로 햇볕이 들어오는 시간이 최소한 연속하여 2시간은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미달된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보아 일조권이 침해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다(아침8시부터 오후6시 사이의 8시간 동안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한 연속하여 4시간의 햇볕이 들어와야 함. 그리고 생활중심이 거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거실창문을 기준으로 햇볕이 들어오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임).
그러나 위와 같은 2시간의 일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하여 무조건 일조권이 침해된 것으로 보고 항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씨의 아파트와 같이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이 아니라 상가나 공장과 같은 경우에는 위의 기준이 적용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집이 원래부터 북향이어서 애당초 햇볕과 무관한 것이었다면 신축건물로 인하여 일조권이 침해된 것이 아니므로 배상을 받지 못한다. 또한 원래부터 일조권이 침해된 건물이었는데 그 이후에 매수하여 살고 있는 사람은 일조권이 침해된 상태를 집값에 반영하여 매수한 것이므로 배상받지 못한다.
만약 자신의 건물과 가해건물이 동시에 건축되는 경우에는 자신의 건물이 과거부터 일조권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조권이 침해된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동일한 시행사 또는 시공사에 의해 아파트단지가 신축되었는데 아파트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햇볕의 양이 위 수인한도(연속하여 2시간)를 벗어난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까?이 경우에는 아파트 단지가 동시에 신축된 것이므로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조권의 기득권이 없는 상태이므로 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할 수 없다. 대신 피해자는 매매목적물이 거래상 통상의 상태를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여 매매의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하거나, 아파트 분양계약상 시행사 또는 시공사가 아파트 분양 당시에 아파트단지의 이러한 일조권 미달상태를 고객(분양을 받는 자)에게 설명할 신의칙상의 정보제공의무가 있다. 이러한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소송에서 일조권 침해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지정하는 전문감정인의 일조권침해 감정을 받아야 하고, 부동산가치하락분 산정을 위한 부동산시가감정을 받아야 하므로 이러한 감정비용이 부담이 된다(먼저 자신의 비용으로 부담해야 하고, 나중에 소송에서 이길 경우 승소비율만큼만 상대방으로부터 회수가 가능함).
한상영 변호사(법무법인 백석·법조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