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천국을 향해 가는 순례자
‘지름길’ 찾기보다 주님을 찾아야
여름에는 점검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미리 점검하지 않으면 장마철 혹 여행 중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신앙도 미리미리 점검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고난과 문제에 쉽게 좌절하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갈피를 못잡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신앙을 점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어떻게 신앙을 점검해야 하는 것일까. 신앙을 점검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천로역정’을 읽어 보라는 것이다.
존 번연(John Bunyan)이 1678년 감옥에서 집필한 ‘천로역정’은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도 전해지는 신앙인의 필독서 중 하나이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시온산, 즉 하나님의 도성 하늘의 예루살렘인 천국에 이르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크리스천이 겪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신앙인으로 살면서 겪는 일과 매우 비슷하다. 천로역정에 담긴 수많은 비유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세상적인 유혹이나 흔들리는 신앙태도에 대해 반성하게 되고 천국으로 가는 길에 내가 서 있는 곳은 어디쯤일까 하는 자신의 신앙좌표도 확인할 수 있다.
■ 천로역정의 지은이 존 번연
천로역정의 지은이 존 번연은 잉글랜드의 베드퍼드 근처에 있는 엘스토우에서 땜장이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가정은 열악했으며 그로인해 그는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또한 그는 “우리 집은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멸시 받는 가장 비천한 곳이다”라고 고백하는 세상적이면서 비관적인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하나님을 만나 변화되어 위대한 설교자요, 전도자가 되었으며 천로역정을 비롯해 60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특히 천로역정의 놀라운 점은 시대와 인종, 국가에 상관없이 크리스천들에게 ‘신앙인’으로서 가져야할 자세와 태도 그리고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조심해야할 것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는 것이다.
천로역정의 첫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세상의 광야를 걷다가, 나는 우연히 동굴이 있는 곳을 만났다. 나는 거기 누워 잠을 잤는데, 자면서 한 꿈을 꾸었다’ 존 번연의 꿈 이야기 천로역정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크리스천의 순례 시작
멸망의 도시에 사는 크리스천은 어느 날 성경책을 읽고 죄를 깨닫고, 다가올 진노에 대한 두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그 때 만난이가 전도자(Evangelist)였다. 전도자를 통해 그는 자신이 가야할 방향에 대해 듣게 되고 순례의 길을 떠나게 된다. 순례의 길을 떠나는 그를 고집쟁이(Obstinate)와 온순(Pliable)이 좇아 왔다. 고집쟁이는 그에게 돌아올 것을 설득하지만 크리스천은 도리어 그들에게 동행할 것을 종용했다. 고집쟁이는 그의 요구를 거절하지만 온순은 그를 따라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온순은 절망의 늪에 빠지자 후회하며 순례의 길을 포기해버리고 만다.
도움(Helper)의 덕분에 절망의 늪을 빠져나온 크리스천은 좁은 문을 향하다 세속현자를 만나 잘못된 길로 들어섰지만 다시 전도자를 만나 좁은문으로 향하게 된다. 좁은문에 도착해 친절한 영접을 받은 크리스천은 해석자(Interpreter)를 만나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크리스천은 구원(Salvation)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십자가 앞에서 죄사함을 받고 깨끗한 옷을 입고, 이마에 표를 달아 주며 천국에 제시할 두루마리를 받는다. 또한 그동안 그를 무겁게 짓누르던 죄의 짐도 벗어 버리게 된다.
그는 계속된 순례의 길을 걸으며 천박, 나태, 거만, 허례와 위선을 만나게 된다. 또한 곤고산에서는 겁쟁이와 불신도 만나게 된다. 무서운 사자들이 있는 곳을 지나 ‘아름다움’이라는 성에 도착해 신중(Discretion), 분별(Prudence), 경건(Piety), 자애(Charity)라는 여인들을 만나고 휴식을 취하게 된다. 그 곳에서 받은 무기로 중무장한 크리스천은 산 아래에서 악마 아볼루온(Apollyon)을 만나 전투를 벌여 승리하게 된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던 크리스천은 심한 낙심에 빠지게 되었지만 주님의 도우심으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오게 되었다.
또한 믿음이라는 훌륭한 동료를 만나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허영의 시장에 들어가고 그 곳에서 믿음은 순교를 당하고 만다. 크리스천은 소망을 만나 동행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길을 잘못 들어 의심의 성(Doubting Castle) 절망의 거인(Giant Despair)의 절망의 감옥에 갇히나 약속이라는 열쇠로 탈출한다. 크리스천과 소망은 기쁨의 산에서 목자들의 영접을 받는다. 순례자들은 무지, 무신론자를 만나고 마법의 땅을 통과해 쁄라 땅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시온산, 영원한 천국에 다가가게 된다. 그들은 마지막 관문인 죽음의 강을 건너 천국에 도착하고 천사들의 환영을 받는다.
■ 천로역정에서 만나는 또다른 나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은 시온산을 향해 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전도자, 고집쟁이, 온순, 질투, 겁쟁이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동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만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그 중에 나를 발견하게 된다. 세상적인 나, 의심하는 나, 고집쟁이인 나, 귀찮아하는 나, 고민하고 번민에 빠진 나, 잘못된 신앙관념에 빠진 나 등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한번쯤 만났을 또다른 나를 천로역정에서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로역정 중 좁은문을 지나지 않고 담을 넘어 시온을 향하는 허례(Formalist)와 위선(Hypocrisy)은 크리스천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고장 사람들은 모두 입구에 있는 좁은 문을 통해서 시온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고 힘들다고 생각하여 지름길을 택하려고 우리처럼 담을 넘어오는 것이 예사지요”
우리는 문제에 부딪히고 힘들 때 ‘지름길’을 떠올린다. ‘누가 해결해주었으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들처럼 지름길을 찾게 된다. 그러다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 주님을 찾고 자신의 지난날을 회개하게 된다. 또한 크리스천이 세속 현자(Mr. Worldly Wiseman)의 이야기에 흔들리는 모습은 세상이 하는 말에 쉽게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크리스천이 시온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반성만 하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천이 절망의 감옥과 죽음의 강을 건널 때 함께 했던 소망(Hopeful)이나 순교했던 믿음(Faithful)처럼 우리는 어떤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주님을 향한 소망과 믿음을 갖고 나아가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닻을 올리자
성경을 읽을 때도 같은 구절이라도 읽을 때의 내 신앙과 주어진 상황, 마음가짐에 따라 느껴지는 바가 다르듯 천로역정도 내 신앙의 정도에 따라 공감되는 부분과 도전받는 부분이 다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천로역정은 절대적인 기준의 잣대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신앙과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신앙점검을 하는 목적은 반성을 위해서도 누군가와 비교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신앙’이라는 나의 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나만의 도구에 불과하다. 나의 신앙 좌표를 확인했다면 이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다시 닻을 올리면 된다.
글=정승환 기자
그림= 홍성사 출판 ‘천로역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