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
마귀의 시험 물리치는 예수님 모습 그려
밝은 세상과 마귀의 어두움이 대비
단순하지만 화려하고 생동감 느껴지는 작품

듀초, ‘산 위에서 시험받는 예수 그리스도’<1308년, 템페라화, 뉴욕 The Frick Collection소장>

 예수님은 침례를 받은 후 성령 충만함을 받아 광야에서 금식 중에 40일을 보낸 뒤 마귀의 시험을 받으셨다. 시험은 세 가지 조건과 제안으로 시도됐다. 첫번째 것은 돌들을 떡으로 바꾸어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라는 것이었다(마 4:3). 두번째 것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고 했다. 이 두 가지 시험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아들임을 부인하게 하는 것이었다. 세번째 시험은 마귀가 그를 데리고 지극히 높은 곳에 올라가서 천하만국을 보여주면서, 무릎꿇고 경배하면 그 모든 것을 그에게 주겠다는 유인이다(마 4:8∼9).

 마귀의 유혹이 교묘한 것은 하나님의 아들임을 인정하는 듯 하면서 사실은 그것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 마귀의 시험에 예수님은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라고 하시며 삶의 가치관을 선포하셨다. 우리들에게 가치와 믿음과 생각이 먼저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임을 알게 했다. 두번째 뛰어내리라는 시험에 예수님은 한순간도 주저함 없이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마 4:7, 신:10∼17)고 꾸짖으셨다. 더 나아가 하나님을 시험하는 자는 결코 화를 면치 못할 것임을 성경 곳곳에서 경고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이 사건들의 절정에 해당한다. 시험자는 세상의 모든 영광과 권력, 명예, 즐거움을 다 보여주면서 자기에게 엎드려 경배하면 이 모든 것을 주겠다고 감히 최후의 한판 승부를 건다(마 4:8∼9). 아슬아슬한 이 대목에서 예수님은 위엄있게 명령하셨다.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마 4:10, 눅 4:8). 이런 강력한 통첩을 받고 마귀는 그제서야 물러난다.

 이 그림에서 듀초가 드라마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마지막 최후의 시험단계이다. 전체 분위기는 밝고 직접적이지만 마귀와 그 뒤의 일부 세상의 도시와 성이 어둡게 대비되어 있다. 예수님은 단아하고 품격이 있어 보이나, 그가 마귀를 꾸짖는 장면은 명령하듯 단호하고 힘차 보인다. 붉은 옷과 푸른 망토는 제왕적 권위의 표상으로 이를 입은 예수님은 하나님과 교회의 상징인 바위 위에 굳건히 서있다. 검회색으로 흉칙하게 그려진 마귀는 더할 수 없이 어둡다. 마귀가 물러간 후 두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께 수종들려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마 4:11).

 하늘 뒷배경에서 보여지듯이 아직 비잔틴적 요소가 남이 있기는 하지만 풍경장면이 상징적이고, 건물들이 모형처럼 축소되어 있으며, 사람의 몸을 길게 늘어뜨린 형상들은 후기 고딕풍의 특징들을 드러낸다. 하지만 인물들의 볼륨감, 훨씬 부드러운 옷주름, 드러난 몸매에서 르네상스 자연주의 미술에 성큼 다가서고 있는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듀초는 당대 이탈리아 시에나의 대표적인 화가로 같은 시대를 살았던 피렌체의 조토와 어깨를 겨룰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의 출생 연대는 불확실하여 그의 작품제작 연대를 거슬러 올라가 유추되고 있다. 그의 초기 생애나 그가 받은 교육 배경 또한 알려진 것이 없다. 그의 작업은 꼼꼼해서 마음 내키지 않는 그림을 주문자에게 유출하기를 싫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작품 납입일에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질질 끄는 느림보 작가로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에게 작품 주문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그가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말이 된다.

 듀초가 살았던 시대는 동서양의 직물무역이 성행한 때라서 여러 이국적인 풍경이 화면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림의 장식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단순하지만 화려하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석우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역사문화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