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와 화합문화로 새롭게 거듭나야 

 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에게 유익한 동물이다. 소를 이용한 농사의 시작은 6세기경 신라 지증왕때부터 행해진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소의 코를 뚫어 고삐를 매고 쟁기로 활용해 논 바닦을 평탄케하고 때로는 달구지의 동력원으로 쓰고 그 고기와 부위들은 식재료로 유용하게 이용되었다. 배설물까지도 비료로 쓰이고 정화작용의 효과가 알려지는 등 여러모로 소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동물이다. 

 성경에도 소의 배설물이 떡을 굽는 연료로 쓰였음을 찾아볼 수 있다(겔 4:15). 소는 부의 척도이며 자산이었다. 아브람이 바로의 후대를 입어 소를 얻었으며(창 12:16), 욥은 소가 500겨리나 되는 거부였고(욥 1:3), 소를 전리품으로 챙기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삼상 27:9). 이와같이 소는 재물과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출애굽한 이스라엘 민족이 시내산에 이르러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게 되었고, 이에 십계명을 받아내려오던 모세의 분노는 당연했다. 하나님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계명이 첫계명이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한 이들은 소를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점에서 요즘 일부국민들이 ‘먹거리’라는 명목으로 다시 금송아지를 형상화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걱정과 염려에 휩싸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만든 금송아지가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인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향한 발목을 잡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명약관화한 일은 소로 시작한 촛불시위가 방향성을 못잡고 있다는 점이다. 촛불이 문화의 옷을 입으면서 사람들의 욕구만을 충족시키려는 변질된 모습으로 진행되더니 이제는 영화 괴물의 돌연변이와 같이 되어가고 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선하게 창조된 창조물이 이슈화되어 우리 마음속에 우상에 대한 동기부여와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쓰여지고 있다. 쇠고기가 먹거리의 문제만이 아닌 또다른 목적의 제물로 쓰임받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소는 하나님앞에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드리던 제물이었다. 제물은 제물다워야한다. 시청앞에서 정부와 국민을 향해 뿔을 들이대고 있는 소는 제물(祭物)이 아니라 재물(財物)이다. 우리는 재물을 섬기는 백성이 아니라 제물을 통해 하나님께 회개하며 나아가는 지혜로운 민족이 되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블레셋에게 고통받을때 사무엘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미스바에 모여서 금식하고 기도하게 했던 것처럼(삼상7장) 이제 촛불문화를 접고 일치와 화합문화로 변화해야 한다. 문화의 옷을 잘못입은 촛불시위는 일보전진이 아니라 일보후퇴다. 폭력이건 비폭력이건 잘못된 만남을 접고 새롭게 거듭나야 할 때다.
임 훈 목사(강서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