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우리나라의 정치사회에 요즈음 만큼 위력을 떨친 때가 없었던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로 인한 촛불시위도 인터넷을 통하여 촉발되었다. 인터넷을 통하여 초등학생까지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지금은 정부와 시민간의 한판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터넷이 위와 같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온라인 시대의 현실인데, 이와 관련하여 법적으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까지 인정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몇 해 전 임수경(1989년에 대학생신분으로 방북했다가 휴전선을 걸어서 귀국한 인물)씨가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인터넷 댓글 작성자를 검찰에 고소하여 결국 법원이 벌금형을 결정한 사례가 있다. 사실 인터넷 이용자는 자신의 컴퓨터를 홀로 대면하며 글을 작성하기 때문에 그 표현의 ‘익명성’이 매우 강하여 내용이 절제되지 못하고 다소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한편 표현된 의사는 인터넷 통신망을 통하여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 ‘전파성’이 매우 강하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에게 언론, 출판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 헌법 제21조 제4항에 의하여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않을 내재적 한계도 설정하고 있다.따라서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진실한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형법의 특별법인 ‘정보통신망의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61조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여 처벌받을 수 있다.

 물론 타인을 비방할 목적이 없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라도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 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이러한 형사적인 문제 이외에도 명예훼손 행위자는 민사적으로는 민법 제750조와 제764조에 의해 불법행위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배상책임 뿐만 아니라, 법원이 명하는 명예회복조치를 이행할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 손해의 내용은 정신적인 손해, 즉 위자료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적인 표현이 아니라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공연히 타인을 모욕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공간을 이용하여 특정 타인을 협박하거나 공갈한 경우에는 형법 제283조의 협박죄나 제350조의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고, 이러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시키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65조 1항 3호에 의하여 처벌되도록 하고 있다.

 함부로 동의 없이 타인의 사진을 무단으로 인터넷상에 올려 놓는 경우에는 사실의 표현작용이 아니므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자유의 한 내용인 개인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수도 있다.

 한편 인터넷 공간을 자신의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으로 영업하고 있는 사업자(네이버, 다음과 같은 인터넷 검색서비스 사업자)는 어떠한 책임이 있을까? 위 정보통신망법은 제44조에서 정보통신망에서 공개된 정보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사업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곧바로 이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인터넷 정보통신 사업자가 피해자의 이러한 삭제요청을 받고도 아무런 이유 없이 이를 방치하는 경우 사업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명예훼손죄의 방조범(명예훼손행위를 도와 주는 자)으로서 형사처벌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인터넷에 댓글을 기재할 때나, 블로그 또는 카페에 글을 게재할 때, 본인의 표현으로 인하여 타인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백석·법조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