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의 스튜디오에서 녹화를 할 때엔 어김없이 방청객이 앉아있다. 방청객의 역할은 오직 하나다.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에 재밌으면 재밌다고 웃고 반응을 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출연자가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면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 이야기에 몰입해 주면 된다. 때로는 그 반응이 너무 지나쳐서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그래도 방청객의 웃음소리가 없다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썰렁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출연자가 재밌는 말을 해도 웃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과연 어떨까? 가슴속에 묻어둔 안타까운 사연을 겨우 겨우 끄집어내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함께 안타까워 해 주는 방청객이 없다면 또 무슨 보람이 있을까? 물론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해 주긴 하겠지만 그래도 눈앞에 보이는 방청객이 있기에 출연자들은 스튜디오에서 신나게 자신의 끼를 펼치기도 하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것이다.

 가수도 관객이 있어야 노래를 신명나게 부를 수 있는 것이며 개그맨도 객석에 방청객으로 가득차야 개그의 에너지가 충분히 발산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스튜디오의 조명아래 선 출연자나 무대위에 올라간 가수와 개그맨들은 방청객의 박수와 웃음이 있어야 비로소 자신감을 얻게 된다.

 가끔은 내가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의 삶의 이야기가 제대로 이어져 가는 것일까? 내 삶의 스튜디오엔 아무도 방청객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방청객이 없는 빈 스튜디오에서 혼자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내가 올라선 무대의 객석엔 관객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큰 오산이다. 내 삶의 스튜디오엔 아주 훌륭한 방청객이 앉아있다. 그 방청객은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내가 재밌는 인생을 살면 그 누구보다도 박장대소하며 신나게 웃어주며 내가 정말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내서 털어놓으면 손수건으로도 모자랄 만큼의 눈물을 함께 흘려주며 통곡해 줄 분이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썰렁한 반응을 보이며 야유를 보낼지라도 그 방청객은 손바닥이 부르틀 정도로 박수를 쳐 주고 배꼽을 쥐고 웃어 줄 분이다.

 그러나 방송국 스튜디오의 그 방청객과 내 인생 스튜디오의 방청객과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 방송국 스튜디오의 방청객은 녹화가 끝나면 모두들 앞다투어 집에 가기 바쁘지만 내 인생 스튜디오에 있는 방청객은 녹화가 끝나도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녹화가 끝나서 내가 잠들 때도 내가 어디서 뭘 할 때도 따라 다니며 계속해서 박수를 보낸다. 그 훌륭한 방청객은 바로 하나님이시다.

김종철(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