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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나드는 일

 나는 30대 중반에서야 소설가로 입문했다. 다소 늦은 시점이었지만 손을 놓고 있다가 다시 10여 년이 지나서야 장편소설로 재등단을 했다. 내 소설을 뽑은 심사위원이 나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당신은 적은 나이가 아니니 다양한 장르를 시도할 생각말고 경장편을 써라.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재미있는 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라”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들에게 잘 읽히는 소설을 쓰라는 뜻이다. 한가지도 어려운데 문학성과 대중성을 다 유념하라니, 보통 어려운 주문이 아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주변에 넘쳐난다. 시끄러운 사안에 대해 비난을 듣지 않는 선에서 참여하고 명분을 챙기려는 정치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외유를 나가 일은 적당히 하고 여행을 실속있게 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른 나리들 얘기하려면 밤새야 한다. 여론의 향배에 안테나를 맞추고 선동적인 발언과 선정적인 글을 쓰는 인사들이 때만 되면 나타난다.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과 양쪽에 줄을 대는 양다리 걸치기로 안전망을 확보하는 부류도 있다.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일,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챙기려는 시도, 인기에 편승하여 기회를 노리는 일, 안전망을 확보하겠다는 얄팍한 심리가 과연 언제까지 효력을 발생할 수 있을까.

 기독교 케이블에서 여자 연예인 두 명의 간증을 연이어 본 적이 있다. 감옥에 갔다온 여성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가감없이 털어놓으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뜨겁게 증거했다. 또다른 여성은 살얼음을 걷듯 매우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예전에 이혼문제로 떠들썩하게 언론을 장식했던 그녀는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느라 노심초사했다. 고난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는 건너뛰고 빙빙 돌려 얘기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전파낭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대책없이 화끈하기만 한 것도 문제지만 어정쩡한 태도로 눈치작전을 구사하면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혹시 신앙생활을 적당히 하면서 세상에 완전히 물들지 않는 게 삶의 지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인생도 믿음도 선택이다. 선택을 제대로 하고 한 길로 가야 승리할 수 있다.


이근미(소설가) www.rootlee.com

 

기사입력 : 2008.06.06. pm 18:57 (편집)
복순희기자 (lamond@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