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통해 하나님의 창조물을 보자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 어디를 가나 똑딱이 대신 DSLR(렌즈를 교환해가며 쓰는 고급형 디지털 카메라)이 사람들 손에 들려져 있음을 본다. 신문기자나 프로사진사들이 들고 다녔던 고급형 카메라들이 쉽게 눈에 띄는 것은 이미 몇년전부터 거세게 일어났던 디카열풍의 결과다. 기업들이 신상품을 세계시장에 내놓기전에 일단 한국시장에 런칭하여 그 성공여부를 판단해볼 정도로 새 것과 첨단에 대한 관심이 우리에겐 큰 장점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상품에 목말라하다가 삐딱하게 장비병을 추구하게 되는 부정적인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한 욕구들이 모여 커뮤니케이션 공동체까지 형성하는 현상이 벌어져 기업들의 마케팅 사냥감이 되고 있는 건 더욱 가슴아픈 일이다.  

 돌이켜보면 필름카메라에 이어 디지털카메라가 생산되면서 마니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더 좋은 장비를 향한 사람들의 끊임없는 욕구는 계속되어 왔다. 그렇다고 더 좋은 사진을 찍어내는 것도 아닌데 이런 디카 열풍은 사람들을 더 고급스런 카메라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갖게 함으로 유혹에 약한 환자로 만들어가고 있다. 역사가인 조지 마르스덴(George Marsden)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문화적으로 형성된 몇 가지 전제와 이상, 가치들과 혼합하거나 혼동될 수도 있다. 이는 불가피할 것이다. 위험한 것은 우리가 문화적으로 규정한 사랑과 충성, 이해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압도하고 그보다 더 우위를 차지하게 되리라는 사실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동호회가 활황을 누리고 주가가 상승하는 이 때에 꼭 경청해야 되는 지적이다. 

 신앙적 바탕아래 형성되는 그리스도인들의 취미생활은 정확한 세계관을 가지고 행해져야 한다.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를 가지고 성경을 통해 구체화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그럼으로써 세속적인 믿음과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 신앙은 교회에 출석하고 기도하며 전도하는 것 훨씬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그것은 하나님을 향한 지향이기에 신앙고백적인 활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속에서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인가 아니면 이 세상의 다른 그 무엇, 곧 육체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세상 살림에 대한 자랑에 대한 것인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진정한 고수는 카메라의 장비가 아니라 결과물인 사진으로 말한다. 몇 달치 월급에 해당되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고 신용불량자가 된다면 알멩이가 빠진 껍떼기뿐인 욕망이 된다. 지름신에게 하나님의 자리를 빼앗겨서는 결코 안된다. 다행히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 하나님이 창조하신 위대한 산물인 자연과 사람을 보는 기독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눈으로 이제 렌즈를 열어 창조물들을 담아보자. 성령의 역사를 담아보자.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 행하시는 역사를 카메라 렌즈안에 담는 증언자가 되길 기대하면서, 오늘도 교회안팎에 울려퍼질 고수들의 셔터음에 귀기울여 본다.

임 훈 목사(강서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