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매입자가 강제 건물 철거 주장 못해

 법정지상권은 건물소유자가 토지소유자와 특별한 토지사용약정을 하지 않아도 법에 의하여 당연히 토지를 사용할 물권이 있는 것을 말한다. 아래 사례를 살펴보자.

 A는 오래전부터 경기도에 토지와 건물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 후 A는 돈이 필요하여 자신의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하여 은행으로부터 1억원을 빌렸다.그러다가 A는 사업에 실패하여 위 은행대출금을 갚지 못하였고, 곧 은행은 근저당이 설정된 토지를 경매에 붙여 결국 B가 토지를 낙찰 받아 토지의 새로운 소유권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토지소유자가 된 B가 계속해서 A를 괴롭히면서 B의 토지위에 서 있는 A 소유의 건물을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다면 기존의 건물 소유자인 A는 이제 새로운 토지의 소유자가 된 B의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되어 자신의 건물을 철거해야만 할까?

 우리 민법은 부동산을 토지와 건물로 각각 나누어 별개로 취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다른 경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건물소유자가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는지가 다툼이 되는 경우가 있다. 위 경우도 그런 사례이다.

 위의 사례에서는 당초 A가 토지와 건물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가 저당권의 실행으로 경매를 통해 불가피하게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서로 달라지게 된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A를 보호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왜냐하면 당초에 A는 토지와 건물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A가 자신의 토지 위에 지상권(토지를 이용할 수 있는 물권)을 설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고, 그후 경매라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하여 비로소 건물소유자(A)와 토지소유자(B)가 달라지게 된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까지 A가 토지를 사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상권 등기를 마쳐야 한다고 보는 것은 A에게 너무 지나친 요구이기 때문이다(또한 이런 경우에 건물이 철거되어야 한다고 하면 사회경제적인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A는 B와의 특별한 합의 없이도 B의 토지를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상권을 취득하므로(법정지상권 취득), 자신의 건물을 철거할 필요가 없다(그러나 지료는 부담해야 한다)

 위와 같이 건물소유자가 법정 지상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당초에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반드시 동일인이어야 한다. 그러다가 토지나 건물에 대한 저당권, 담보가등기, 양도담보권 등 담보권이 실행되어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달라지는 경우, 건물소유자가 토지소유자에 대항하여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매매’의 경우에도 위 담보권이 실행되는 경우와 똑같지만, 매매 당사자 사이에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다면, 당연히 건물소유자는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없고 건물을 철거하여야 할 것이다. 무허가건물도 철거되면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당초에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동일인이었다면, 무허가 건물도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

 그렇다면 법정지상권 성립 후에 기존 건물이 증축, 개축, 신축되는 경우는 어떤가? 증축,개축되는 경우에는 새 건물이 기존 건물과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 법정지상권은 새 건물에 계속 존속한다(기존건물과 새 건물은 동일하므로). 그러나 ‘신축’과 같이 구건물을 완전히 철거하는 정도에 이르러 구건물과 신축 건물사이에 동일성이 없을 경우에는 기존 법정지상권의 보호대상이 없어진 것이기 때문에, 기존 건물에 대한 법정지상권도 소멸된다. 따라서 신축건물 소유자는 건물을 신축하기 전에 반드시 토지소유자로부터 별도의 토지사용승낙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한편 최초의 사례에서 토지에 대한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건물소유자 A가 지상권을 등기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건물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경우, 토지소유자가 새로운 건물취득자인 제3자를 상대로 건물을 철거하라고 할 수 있는가?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새로운 건물소유자인 제3자는 건물을 매수할 때 A가 가진 기존 법정지상권까지 동시에 매수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토지소유자가 이러한 제3자를 상대로 건물철거를 청구할 수 없다.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백석·법조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