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더러 마주치는 할머니가 있다. 등이 굽은 호호할머니다. 할머니는 작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시며 폐지를 주우시는 게 일과다. 그러나 한 번도 할머니의 손수레에 폐지일망정 두툼하게 얹혀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재빠른 누군가가 한 바퀴 지나간 뒤에야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시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폐박스 하나와 신문지 몇 장이 오도카니 얹힌 할머니의 손수레를 바라보는 심정이 짠하기만 하다.

 집에 뛰어 들어가 신문지를 있는 대로 드리기도 하고, 시장 봐 오다가 마주치면 야채를 나누어 드리기도 했는데  미안함이 담긴 할머니의 말씀은 늘 한마디로 축약된다. “아이고, 아주머니 와 그러시능교” 하루는 지갑을 열어 지폐를 한 장 드렸는데 울먹울먹해지던  할머니가 뼈있는 말씀을 하셨다. “아주머니, 자식 너무 믿지 마이소. 자식들 다 소용없어예”

 자식을 위해 바친 인생이 서럽고 허무하다는 표정이시다. 나도 자식이 있는데. 남의 일 같지 않게 마음이 아렸다. 어머니는 자식을 열 달 동안 가슴에 품고 낳아  목숨이라도 대신 할 사랑으로 키운다. 똥오줌을 몇 말이나 받아내고 먹이고 입히면서 이 자식이 잘 자라주기만 고대한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을 키우면서 꿈을 꾼다. 착하고 바르게 자라기를.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를 사랑하기를.

 그런데 세상이 발전할수록 저 혼자 나서 자란 줄 아는 자식들이 많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어떤 자식은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싫어 헌 짐짝처럼 내다버리기도 한다지 않는가. 그 자식도 자기 자식을 키울 때는 꿈을 꾸겠지.
 각박해지는 세상 인심이 가족애까지 무너뜨리는 걸 보면 참 슬프다. 휘청휘청 손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부디 장래 내 모습이 아니기를. 아무튼 노후는 준비하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