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운명 흐름을 바꿔놓는 그 거창한 일을 해내신 분이 우리 예수님입니다. 그 세계사적 위업을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예수님이 하신 그보다 더 위대한 일을 꼽으란다면 스스로 당신의 목숨을 바쳐 인류의 영혼 자체를 구원하시고자 하셨던 바로 그 영적인 소명의 실천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일대기를 훑어보노라면 앞서 얘기한 그런 거대한 역사적, 성경적 사건뿐만이 아닌,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작은 실천들을 소중하게 여기신 흔적들이 그것입니다. 사소할 뿐만이 아니라 아주 미약하고 천하고 소외되고 병들어 힘없는 낮은 곳의 사람들을 각별히 사랑하신 일입니다. 

 역사적으로 그처럼 위대한 인물일 것 같으면 당연히 당대의 거물급들과 친교하면서 상류사회의 영화를 누렸을 법도 하건만 우리 예수님께서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거물급 지도자들과 친교하기는커녕 오히려 큰 소리로 저들의 썩은 비리를 꾸짖으셨습니다. “이 독사의 무리들아!”하면서 당대의 상류사회 종교 지도자들과 대척관계에 서셨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낮은 곳의 사람들한테는 한없는 사랑과 자비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낮은 자의 발아래 꿇어앉아 저들의 더러운 발을 씻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일상 주변의 낮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셨고, 가난 한 자들의 편에 서서 사역을 감당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 함은 예수님이 행하신 그런 삶의 방식을 만분의 일이나마 흉내 내어 실천해보자는 데 있습니다. 예수님의 위업에 해당하는 거창한 일은 미약한 우리의 힘으로 흉내 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작은 일들이라면 조금씩이라도 닮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우리의 자세입니다. 그 실천하기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낮은 자가 되지 말고 높은 자가 되어 낮은 자들보다 좋은 자리에 앉아야 된다고 자식들을 위해 자나깨나 기도하는 우리의 자세 얘기입니다.
내 자식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든지 높은 자들을 양성하는 높은 학교에 진학해야 된다고 자나깨나 기도하는 우리의 자세 얘기입니다. 예수 잘 믿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얘기를 지금 나는 하고 있는 것입니다. 좋은 기회를 남에게 넘겨 주기, 좋은 학교를 남의 자식에게 양보하기, 좋은 자리를 남의 자식에게 물려주기?. 과연 우리에게 가능한 일일까요?

 예수님께서는 목숨까지 바쳐가며 우리 원죄의 몫을 대신 지고 가셨건만 우리에게는 그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 명령하셨건만 이웃은 내 것 먼저 챙긴 다음이어야 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눈꼽만큼 작은 것이나마 소리내지 않고 그 분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내 자신을 부끄러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