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디오스큐리데스 사본, 라불라 복음서 유명
자연주의적 방식으로 묘사 고전적인 전통을 계승

 교회사에서 중요한 유물 가운데 하나는 성경에 각종 그림 삽화를 넣어 만든 성경 사본이다. 이러한 채색 사본들은 연대를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 이지만, 확실히 6세기에 속하는 것으로 비엔나 디오스큐리데스 사본과 라불라 복음서의 두 개의 사본이 있다.

비엔나 디오스큐리데스 사본은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성 폴리에욱토스 교회의 후원자이며 귀족인 아니키아 율리아나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 사본에는 여러 장의 의학적 내용이 수록되어 있으며, 공작새와 제자들과 함께 있는 키론, 제자들과 함께 있는 갈렌, 약초인 맨드레이크를 발견하는 디오스큐리데스 등이 그려져 있다. 공작이 첫 면을 장식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니키아 율리아나에게 의미 있는 새인 것 같다.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인 키론은 치료의 기술을 갖고 있으며, 갈렌은 2세기 의학서의 저자였다. 디오스큐리데스는 ‘발견’을 의인화한 인물 옆에 묘사되거나 ‘생각’에 의해 도움받으며 식물을 연구하고 있다. 그 밖에 아니키아 율리아나의 초상화와 각종 식물과 새들이 그려져 있다. 그녀는 콘스탄티노플 근처에 있는 호노라테 사람들을 위해 교회를 지어 주었으며, 그래서 512년에 그 책을 그녀에게 헌정하였을 것이다.

라불라 복음서는 현재 플로렌스에 있는 시리아어 사본으로 서기관 라불라에 의해 586년에 완성되었다. 그는 메소포타미아의 자그바 수도원의 서기관으로 네 복음서와 그 내용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중복되어 있는지를 말해 주는 일람표를 수록했다. 라블라의 복음서는 처음에 14장에 걸쳐 그림 장식들이 나타난다. 그 내용은 맛디아의 사도됨과, 마리아와 아기, 유세비우스와 암모니우스, 유세비우스의 편지들, 복음서 일람표들, 십자가와 부활, 승천, 보좌의 그리스도, 오순절 등이다. 정경 일괄 목록은 잘 장식된 아치형 틀에 놓였으며 그 옆에는 그와 연관된 복음서의 에피소드나 묘사된 사건들이 성취되기를 기대하는 구약 예언자들이 묘사되었다. 십자가의 그림에서 그리스도는 긴 옷을 입고 있어서 동방에서 기원된 이콘을 반영하고 있다. 네 명의 수도자들 사이에 앉아 있는 그림에서 그리스도는 짧은 머리와 수염을 하고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이 두 채색 사본은 6세기 사본으로 비록 70여 년의 간격이 벌어져 있으며 제국의 동서 양끝에서 언어와 내용이 전혀 다른 가운데 있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두 군데 모두 틀을 가진 것과 갖지 않은 그림이 사용되었으며, 권두 삽화는 채색된 몇 개의 면으로 이루어졌다. 그 내용은 본문의 저자나 필사자, 후견인에 대한 것이다. 그림의 양식은 모두 자연주의적인 방식으로 묘사되어 고전적인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인물들은 양식화되었으며 3차원 공간에서 풍경이나 건물을 배경으로 설정되었다. 이와 같이 전혀 연관이 없는 두 채색 사본에 나타나는 유사성으로 볼 때 채색의 근본적인 전통이 책을 만드는 초기에 이미 개발되었으며 6세기에 이르러서는 널리 보급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양식이나 고문서학적 고증에 의해 6세기에 속하는 사본을 추정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파리에 있는 시리아어 성경이 라불라 복음서와 가장 유사한 양식을 하고 있어서 6세기로 간주된다. 자주색 송아지 가죽에 대문자로 기록한 세 개의 사본들, 소위 ‘자주색 성경책’으로 불리는 로사노 복음서와 시노페 복음서, 비엔나 창세기들도 6세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로사노 복음서에는 마태복음과 마가복음 일부, 유세비우스의 편지 등 모두 188장이 남아 있다. 로사노 복음서의 그림들은 모두 틀이 없다. 상세한 배경도 없으며 대부분의 인물들은 양피지의 자주색 바탕에 묘사되었다. 유사한 양식이 시노페 복음서에서도 사용되었는데, 거기에는 마태복음의 단편이 44장 남아 있다. 채색된 권두 그림의 일부였을 다섯 쪽에는 각 쪽마다 아래에 복음서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좌우에 구약의 선지자들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또한 비엔나 창세기는 24장이 보존되었으며, 각 장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세 사본들은 고문서학적으로나 양식으로 보아 아마도 같은 장소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제작되었을 것이다. 이 세 사본이 같이 보존된 것도 제작된 이후 여러 세기 동안 같이 보관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상인 목사(국제신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