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노력, 수고 소용없어
금식 기도후 감사와 중보기도 드려

  나는 외과 전문의다. 30여 년 전 신도시에다 의원을 개업했다. 의원에 환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밀려왔다. 환자를 돌보느라 쉬지도 못했고 과로한 생활이 3년 정도 지나자 나의 체력에 한계가 왔다. 그러다 결국 급성간염에 걸리고 말았다.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던 나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간질환은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던 나는 치료를 위해 9개월 동안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몸에 좋다는 방법은 안 해본 것이 없었다. 하지만 병은 더욱 깊어져 복수가 차올랐고 간염은 결국 간경화로 악화되고 말았다. 그 당시 간경화는 치료 불가능한 병으로 여겼기 때문에 나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인간의 수단과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자 아내는 하나님을 찾았다. 신앙 안에서 자란 아내는 학교와 직장 때문에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것을 회개하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의 끈질긴 권유에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했다. 교회에서는 “낫는다는 것을 무조건 믿으라”고 했다. 자연과학을 배운 나로서는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회개하라고 했지만 잘못한 것 몇 개 고백하고 나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저지른 잘못은 기억나지 않아 더 이상 회개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를 따라 주일예배 수요예배 철야예배 등 예배는 꼬박꼬박 참석했다. 십일조도 하고, 정기적으로 기도원에 올라가 금식기도도 했다. 안수기도도 많이 받았고 긍정적인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내 마음에 꼭 와 닿지는 않았다. 병원을 그만둔 후 투병시간이 길어지자 경제적인 궁핍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도 사춘기로 예민해져만 갔다.

 1981년 1월 기도원에서 신년을 맞았다. 예배를 드리는데 조용기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나니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병이 낫지 않는다면 금식하다 굶어 죽으리라’는 각오로 14일 다니엘금식기도를 시작했다. 배고픔과 무기력함을 참으면서 예배와 찬송에 집중했다. 예배 중 나라와 민족, 이웃을 위해 중보기도하는 시간에도 나는 내 문제만 가지고 기도했다. 시간이 지나도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힘만 들 뿐이었다.

 나는 금식 때문에 기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앞자리를 찾아 갔다. 그 날도 역시 기력을 다해 앞자리로 걸어가고 있는데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면서 나처럼 앞자리로 가는 중풍환자를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을 보면서 ‘저 환자는 아무리 걸어도 저만치 밖에 못 가는데 나는 튼튼한 다리로 잘 걸어가는 데도 감사하지 못했구나. 튼튼한 다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이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만하게 살았던 저를 용서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 날 예배는 설교말씀이 날선검이 되어 나의 가슴을 파헤치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나 자신만을 위한 기도를 하지 않았다. 앞에 있는 뇌성마비 아이를 고쳐달라고 기도했다. 중보기도가 결코 힘들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예배에 참석했다. 신유시간 중 목사님은 “지금 간경화가 고침받았다”라고 선포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가슴은 뭉클해지고 뜨겁게 차올랐다. “내 차례가 되었다. 이제 내 병은 나았다”고 확신했다. 병이 발병한지 6년, 교회에 나온 지 4년 만에 하나님은 나의 간장을 깨끗하게 고쳐주신 것이다.

 내가 원망 불평할 때는 어떠한 기도와 행위에도 하나님은 묵묵부답이셨다. 하지만 내가 감사기도를 하는 즉시 하나님은 응답하셨고 병을 치료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병원을 다시 개업할 수 있었고 교회서 봉사도 할 수 있었고 물질의 축복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간증한다. “좋으신 하나님 믿고 감사하라”고 말이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