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적 능력 있다고 여겨지기도

 기독교 소형 예술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아로 만든 접는 기록판으로 집정관들이 사용하던 것이다. 지금까지 6세기 제품으로 여겨지는 것은 열 명의 집정관들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모두 25개가 발견되었으며 506∼541년에 속하는 것이다. 집정관 아레오빈두스는 세 종류의 기록판을 갖고 있었는데, 그 중에 가장 정교한 상아 기록판에는 보좌에 앉아서 홀을 들고 있는 모습과 그 아래에는 둥그렇게 모인 자리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두 번째 기록판에는 집정관의 흉상이 들어있는 거대한 메달이 중앙에 묘사되고, 메달의 위와 아래에는 모노그램(짜 맞춘 글자)이 있고, 그 주변을 정형화된 잎들이 둘러싸고 있다. 세 번째 가장 단순한 형태는 초상화가 없으며, 풍요의 뿔과 과일바구니, 모노그램, 글자가 새겨진 서판 등이 있는 것이다. 모든 6세기 집정관의 기록판은 대체로 이 세 가지 형태 중의 하나와 같은 모습이다. 집정관의 모습은 대부분 둥근 얼굴의 젊은 사람으로 응시하는 눈과 둥근 머리 형태로 개개인의 얼굴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이러한 기록판들은 다양한 신분의 사람들에게 제시할 때 다르게 사용되었으며, 가장 정교한 형태의 기록판은 가장 신분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사용되었다.

몇 개의 제의적인 모습을 새긴 상아제품들이 유형적으로나 이콘상으로 보아 6세기의 집정관 기록판과 동시대인 것으로 여겨진다. 베를린의 상아제품은 한 패널에는 베드로와 바울 사이에서 보좌에 앉으신 예수님이, 다른 패널에는 보좌에 앉은 마리아와 아기가 새겨져 있는데, 집정관의 원형 형식과 마리아와 아기와 천사들의 둥근 얼굴이 6세기의 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5개의 부분으로 된 패널 중에 파리에 있는 것에는 베드로와 바울 사이의 그리스도, 십자가를 들고 있는 천사들, 그리스도의 치유 사역의 모습들이 새겨진 상아제품이 있다. 똑같은 형식이 아르메니아의 예레반과 라벤나 등에서 발견되었다.

금속제품으로는 은 저장물들이 주요 자료로써 주화 압인이나 글자가 새겨진 제품들이 있다. 로마제국의 서쪽 지방에서는 대부분 세속적인 물품에서 발견되는데 반해서 6세기 교회에 연관된 유물들은 중동과 아나톨리아에서 출토된다. 소위 카퍼 코라온 보물로 불리는 유명한 저장물은 540∼640년 사이로 추정되는 물품들을 포함하고 있다. 1912년 남부 러시아에서 발견된 비잔틴 시대 유물들은 큰 물병과 암포라, 손잡이 달린 접시, 얇은 접시 등인데, 모두 돋을새김 장식과 도금이 된 우수한 제품들이다. 얇은 접시는 약 518년 것이며, 라틴어로 ‘쇄신되었다’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대부분의 저장물들은 귀금속으로 만든 질적으로 우수한 물건들로써 보관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보석 제품 중에서도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나타난다. 그것들은 동전이나 특별한 기념이 되는 메달로 장식한 제품들이다. 가슴에 다는 장식품이 이집트에서 발견되어 현재 뉴욕에 있는데, 4세기에서 6세기에 속하는 많은 동전들과 글자가 새겨진 황제의 모습을 담은 메달로 장식되었다.

6세기 중엽에는 운반할 수 있는 이콘 장식들이 비잔틴 예배에 중요한 부속물이 되었다. 그 이콘들은 치료나 소원성취, 여행자의 보호 같은 기적적인 능력을 소유하는 것으로 믿어졌으며, 또 어떤 이콘들은 본래 기적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여겨졌다. 시나이 산에 있는 캐더린 수도원에 수많은 이콘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150점 이상은 비잔틴 시대, 특히 6점은 6세기에 속한다. 이콘을 만들 때 안료에 밀랍을 섞어서 칠하는 납화법은 6세기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콘의 연대를 알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직물의 경우에 초기 기독교 시대에는 비단실을 중국에서 수입하여 비잔틴에서 직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6세기에 누에알을 몰래 비잔틴 제국으로 들여왔다는 말이 있지만 여전히 비단실과 옷감이 수입되었다. 확실하게 6세기로 단정할만한 비잔틴 시대의 비단이 없기는 하지만, 집정관의 기록판이나 시나이의 이콘, 라벤나의 모자이크에서 비단이 묘사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비단 유물은 리에지의 성 마데베르트 성물함에서 발견된 것이며 헤라클라우스(610∼640년)의 모노그램이 연대결정에 도움을 준다.

한상인 목사(국제신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