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내리면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중이다. 골목길을 걸어 나오는데 집집마다 꽃등이 환하게 켜져 있다. 겨우내 웅크려 떨면서도 나무들은 이 봄을 꽃 피울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자연의 섭리를 통해  말하시는 창조주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좀 더 참아라. 좀 더 견디어라. 아직은 침묵하고 기다릴 때다. 때가 이르면 네 삶의 현장에서 휘몰아치는 북풍한설도 걷히고 소망의 싹이 곱게 피어나리라. 꽃들이 피고 열매가 맺히리라. 그 분은 쉴 새 없이 말씀하신다. 

 문제는 우리 마음의 귀가 닫혀있고 마음의 눈이 감겨져있어 듣지도 보지도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쓸 만한 그릇이 만들어지려면 시련의 시간을 지나야 한다. 누구에게나 고난의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재미있는 것은 고난의 터널을 지날 때 반응하는 모습도  각각이란 것이다. 조용히 고난을 감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망하고 불평하고 발버둥치는 사람도 있다.

 아이가 잘못을 한  경우 신속히 그 잘못을 뉘우친다면  부모는 긍휼한 마음으로 용서하게 된다. 하지만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반항한다면 더 큰 노여움을 자초하기 마련이다. 결국 연단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내가 신속히 깨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의 귀를, 마음의 눈을 여는 겸손한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그 분은 얼마나 바라고 계신가.

 우리의 머리털 한 올까지 헤아리시는 창조주시다. 그 분은  우리의 마음속을 환하게 꿰뚫고 계신다. 내 마음의 바탕 위에서 일하시는 창조주를 기억한다면 시련의 시간이 그리 고통스럽지만은 않으리라. 목련나무에 하얀 새들이 가지마다 가득 앉아있다. 지금 막 날개를 털고 비상할 자세이다. 복사꽃 분홍 치맛자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이 눈부신 봄이 오기까지 나무들은 헐벗은 채 긴긴 겨울을 잘도 참고 견뎌내었지. 아름답고 귀한 그릇일수록 시련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