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취득시 등기부 확인 외 다각도 점검 필요

A씨는 경기도에 농지를 소유하면서 농사를 짓다가 2007년도에 1억원을 받고 B씨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B씨 앞으로 경료해 주었다. B씨는 위 농지를 매수한 지 1년이 지나 급한 일로 자금이 필요해 8000만원만 받고 이를 다시 C씨에게 매도하다. 소유권이전등기도 C에게 이전한 상태이다.

 그런데 위 농지의 소유권이 A→B→C에게 이전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즉, A와 B사이에서 매매계약 당시 A는 위 농지를 매도할 의사가 전혀 없었지만 B가 A에게 “위 농지는 도시계획지구로 설정되어 이제는 전혀 농사지을 수 없다. 농사 지을 수도 없는 땅이니 나에게 팔아라”고 말하며 허위의 도시계획확인원을 내보이기까지 하였다. 이를 믿은 A가 B의 속임수(사기)에 넘어가 B에게 매도하게 되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이러한 억울한 상황에 처한 A가 현재의 소유자인 C를 상대로 위 농지의 소유권을 자기 앞으로 되찾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B의 등기를 신뢰하여 B로부터 매수한 현재의 소유자 C를 보호해야 할까?

 이 문제는 ‘부동산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할 수 있느냐와 직결되어 있다. 부동산 등기의 공신력이란 부동산 등기부에 대한 공식적인 효력을 인정하여 등기부에 기재된 사실을 신뢰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안에서는 C가 위 농지를 매수할 때 부동산 등기부상에 B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는 것을 신뢰하여 B가 정당한 소유자인 줄 알고 B로부터 위 농지를 매수하였으므로, 이러한 공식적인 등기를 신뢰한 C를 보호하는 것이 B명의의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민법은 부동산거래에 있어서 거래의 안전보다는 본래의 정당한 권리자의 보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은 대개는 고가인 경우가 많고, 부동산 등기시에 등기심사관이 거래현황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거래안전보다는 본래의 정당한 소유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취한 것이다. 등기의 공신력을 부정할 경우 위 사안에서는 순차적인 거래를 통해 위 농지를 소유한 C보다는 당초의 정당한 소유권자인 A가 더 보호된다.

 하지만 본 사례에서는 A가 B의 사기행위를 이유로 B와의 매매계약을 취소하더라도 제3자인 C가 ‘선의’인 경우에는(즉, C가 B의 사기행각을 모르는 경우) A가 C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민법 제110조 제3항), 비록 원칙적으로는 B명의 등기의 공신력이 없다 하더라도 선의의 제3자인 C가 보호된다.

 즉, A가 C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청구하더라도 A가 패소하게 된다. 물론, C가 B의 사기행위 사실을 알고 있는 ‘악의’인 경우에는 A가 승소하게 된다.

 한편 상황을 달리하여 A가 B에게 위 농지를 매도한 사실 자체가 없는 경우(이런 경우는 드물겠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A의 아들이 전혀 A의 허락도 없이 인감과 등기필증을 훔쳐서 A의 이름으로 매도한 경우나, 또는 B가 A의 인감을 위조하여 A가 매도한 것처럼 꾸민 경우)에는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본래의 원칙이 적용되어 진정한 권리자인 A가 보호되고 B의 등기를 신뢰하여 매수한 C는 보호되지 않는다. 즉 A가 C를 상대로 C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수 있다.

 종합하면 부동산등기는 공적인 문서이므로 높은 신뢰성이 있지만 부동산거래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아 부동산을 취득할 때에는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하는 것 이외에도 매수인측에서 매도인이 그 부동산의 진정한 권리자인가를 여러 각도에서 점검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부동산등기에 있어서 자신의 명의로 등기되어 있다는 자체로서 등기명의인에게는 일정한 ‘추정력’이 인정된다는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법무법인 백석·법조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