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도전으로 수 놓은 70평생

46세에 사우디 모래벌판 채소 재배 성공
가난, 나이, 환경이 실패의 이유될 수 없어

권투선수의 스텝처럼 경쾌한 걸음걸이와 웃음 띈 얼굴, 우렁찬 목소리. 76세라는 나이가 쉽게 믿기지 않을만큼 김용복 집사에게서 젊음의 기백을 느낄수 있다. 요즘도 매일 새벽 손주들과 함께 온가족이 새벽기도에 참석한다는 김용복 집사. “제가 사우디의 탱크 아닙니까” 김 집사는 중동 건설붐이 일어나던 1970년대 말 불모의 땅 사우디의 모래벌판에서 배추, 무, 고추를 키워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당시 그는 선견지명에 목숨을 건 모험, 노력을 더해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지금 김 집사는 그때의 성공을 바탕으로 아낌없는 나눔을 실천해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감동과 함께 재물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자서전 ‘끝없이 도전하고 아낌없이 나눠라’ 역시 젊은이들을 위해 출간한 것이다.   

그의 70평생은 꿈으로 수 놓아져 있다. 자기땅 한평도 없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김용복 집사는 매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학비가 없어 중학교 2학년 때 퇴학을 당했어도 원망보다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 미군의 하우스보이를 하며 영어 한마디라도 더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배운 영어로 외국계 회사에 취직을 하고 평탄하게 살아갈 수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꿈과 열정이 있었다. 꿈을 위해 어린 딸과 젊은 부인을 남겨두고 전쟁이 터진 베트남으로 떠났다. “위험이 있는 곳에 기회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모험심이 있었지요” 그곳에서 번돈을 부인에게 보냈고 부인은 농부의 아들이었지만 땅한뙈기 소유하지 못한 남편의 아픔을 보상해주려 강남지역의 농지를 조금씩 사들였다. 나중에 그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자 젊은 시절의 김 집사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멋지게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번의 사업실패로 그 많던 재산은 모두 사라졌다.

자신으로 인해 애써 모은 재산을 모두 잃고 식당일을 하며 고생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다시 재기의 꿈을 갖고 사우디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밑바닥부터 일을 시작했고 외국계 회사의 업무를 하던 도중 한국 기업들의 식품권을 확보해 자신만의 사업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비자를 연장하러 한국에 가있던 틈을 타 고용하고 있던 직원들이 배신했다. 무일푼으로 한국으로 쫓겨나 사우디에서 2년 6개월의 고생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가족들을 볼 낯이 없었죠. 배신자들을 생각하며 울화가 치밀어 올라 술에 쩔어 세월을 보냈어요” 김 집사는 수면제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죽음만이 그를 이 모든 고통에서 해방시켜 줄 것 같았다. 자살시도를 수차례 했으나 죽는 것 마저 그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외사촌 형수와 외사촌 누이동생이 찾아왔어요. 예수님을 믿으라는 말에 그날도 술에 취해 있던 저는 ‘하나님이 계시면 나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은 망하게 하고 도둑놈들은 잘살게 한단 말이요? 하나님은 없다’고 말했죠” 하지만 그들은 며칠동안 다시 찾아와 그 수모를 다 겪어 냈다. 보다 못한 아내가 한번만 교회에 가보자며 그를 잡아 끌었다. “벧엘교회에 가서 박덕종 목사님이 나와 집사람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시는데 그동안 서러웠던 마음이 밀려 나와 통곡했죠. 하도 울으니 목사님께서 울음을 그치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다 눈을 들어 앞을 봤는데 성경책이 딱 펴져 있었어요. 꼭 누가 일부러 나보라고 펴놓은듯이 시편 126편 5∼6절이 있는데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다’이 말씀이었지요”  1978년 4월 그는 다시 태어났다. 술을 끊고 잃었던 꿈을 찾았다. 그해 6월 그의 나이 45세, 모든 사람들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그 나이에 하나님을 믿고 다시 사우디 땅을 밟았다. 건설노동자들에게 신선한 김치를 제공하겠다는 꿈이 실현되었을 때 돈을 세지도 못하고 자루로 담아 날라야 할 정도로 부자가 됐다. 황무지에 채소 바다를 펼쳐놓은 그에게 현지인들은 ‘꼬리 넘버원’을 외쳤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확신하며 세운 기업을 운영하며 하나님과 평생의 약속을 했다. 공부는 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3명의 여상 학생들을 지원하며 장학금 지금까지도 장학금 사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귀국 후 1982년 본격적으로 (재)용복장학회를 세워 100명의 장학생을 배출해 이들은 현재 교수, 교사, 판사, 의사, 회사원 등이 되어 각계각층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김용복 집사는 지금도 강진에 231만㎡의 농지에 쌀농사를 짓고 있다. 2003년에는 우리 농업의 발전을 위해 100억여원을 출자해 (재)한사랑농촌문화재단 설립했다. “사우디에서 농사 지을 때부터 넥타이를 맨 대기업사람들에게 농사꾼의 설움을 톡톡히 받았죠. 그들의 횡포는 한국에서도 여전하더군요. 농사짓는 사람들은 애국자입니다. 이들이 괄시와 천대 받지않도록 농업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성공을 도울 겁니다” 농업의 선진화를 이루면 농업도 비전이 있다는 것이 김 집사의 주장이다. 김 집사는 한사랑농촌문화재단을 통해 첫해 여섯명, 지난해 다섯명의 농업인을 발굴해 1000만원씩을 상금을 전달했다. 올해도 다섯명을 선정해 4월에 시상할 예정이다. 또 농촌사랑 글짓기 백일장을 통해 꿈나무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다. “2009년은 제게 참 뜻깊은 해입니다. 처음 사우디에서 채소를 재배해 돈을 번 30주년이고 저희 부부의 결혼이 50주년이 되는 해이고 그가 77세가 되는 해죠. 인생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인데 앞으로도 한사랑 농촌문화상을 통해 농사꾼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습니다”
 김용복 집사가 평생을 통해 보여준 꿈에 대한 열정과 열매는 많은 인생후배들의 앞날에 귀한 등불로 남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