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존경 사이는 얼마나 될까. 그 거리를 알 수는 없지만 이 두 가지만 있다면 가정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음은 확실하다. ‘한국의 이혼’이라는 분석기사를 시사잡지에 기고하느라 많은 이혼남녀를 만났다. 그들에게 이혼한 이유를 들은 뒤 “어떤 사람과 재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각각 다른 장소에서 인터뷰했는데 신기하게도 똑같은 답변이 나왔다. 남자는 ‘사랑스러운 여자’를, 여자는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행동과 생각에 젖어있는 여자 때문에 질렸다”고 했고, 여자들은 “존경할만한 구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남자와 사는 게 정말로 시시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가정을 지키며 사는 부부들도 이혼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인다. ‘자기 계발은커녕 나날이 퇴보하는 남편’ 때문에 힘들고 ‘욕심과 체중만 늘어나는 드센 아내’ 때문에 짜증난다는 것이다.

  남녀평등 사회니 여성상위 시대니 말들이 많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은 세월이 가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남편의 권위가 바로 서고, 아내가 따뜻하게 보듬어야’ 가정에 평안이  깃든다. 나날이 퇴보하면서 고집스럽게 목소리만 높이는 남편과 여성적 감성은 던져버린 채 닦달만 하는 아내, 그 속에서 우리의 가정이 멍들어가고 있다.

  존경과 사랑은 이미 성경에서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 사항이다. 신약성경 에베소서 5장에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고, 남편은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고 기록되어 있다. 성경은 존경할만한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이 어디서 뚝 떨어지길 기대하지말고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하라고 명령한다.

  복종하고 사랑하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보기만 해도 코방귀가 나오는 상대가 명령을 내릴 때 그대로 따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나는 상대를 사랑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남편은 존경받기 위해, 아내는 사랑받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 사회에 존경받는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내가 나날이 늘어 집집마다 웃음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