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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행위 취소소송Ⅱ

수익자·전득자가 억울하게 피고될 수 있어 주의

 

 지난 호에서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금전채권자인 A가 있는데 채무자 B와 수익자 C 사이의 거래행위를 취소시켜 채권자 A를 보호할 수 있는 경우를 살펴보았다(C는 B로부터 재산을 취득한 자라는 의미에서 ‘수익자’라고 하며, 만약 D가 C로부터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D를 ‘전득자’라고 함).
 이번에는 각도를 달리하여 수익자 C가 억울하게 사해행위소송의 피고가 되는 사례를 보기로 한다.
 민법에서는 채권자인 A가 일단 수익자 C를 지목하여 C를 사해행위 소송의 피고로 삼을 경우, C는 자신이 채무자 B의 사해행위를 모르고 선의로 B로부터 재산을 취득한 것이라는 ‘선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C가 이러한 선의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C가 패소하게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수익자 C가 채무자 B와 가족이나 친족관계인 경우, 또는 C가 B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함이 없이 증여받거나 통상적인 시가보다 비정상적으로 매우 낮은 가격으로 B로부터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C가 선의임을 입증하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는 C가 선의일까 아니면 악의일까? 채권자 A는 B에게 금전을 빌려주었는데, B는 변제기간이 지나도 이를 갚지 않고 있으며, B에게 유일한 재산으로는 서울 근교 약간의 땅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B는 이 땅의 소유권을 자신의 동생인 C에게 증여형식으로 이전해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채권자 A는 이 사실을 알자마자 재빨리 C를 상대로 B와 C간의 증여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법원은 C가 B와 형제관계이고, C가 B로부터 무상으로 증여받을 아무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C에게 패소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C에게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었다. C는 오래전에 위에서 언급한 서울 근교의 땅을 C자신의 돈을 주고 C자신의 이름으로 ‘갑’으로부터 매수하는 계약을 하였는데, 당시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 자신의 형 B에게 소유명의를 맡겨놓은 것이었다 (C자신이 매수하고도 자신의 이름을 생략하고 형인 B의 이름으로 등기하였다고 하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라고 함).
 그러다가 최근에 동생인 C는 이제 위 땅의 명의를 형 B에게 더 이상 맡겨 놓을 필요성이 없게 되어 증여형식을 빌려 자신의 명의로 회복시켜 놓았던 것인데, 채권자 A의 사해행위소송의 피고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사해행위소송의 피고가 된 C는 재판과정에서 위와 같은 명의신탁경위를 충분히 입증했어야 하는데, 명의신탁행위가 오래전의 일이라 잘 기억도 나지 않고 자료도 불충분하여 1심에서 패소판결을 선고받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C가 오래전에 위 땅을 구입하여 그 소유명의만 형인 B에게 명의신탁해 놓은 것이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C가 B로부터 위 땅을 증여형식으로 소유권을 재대로 취득하였다고 하여 이것이 채권자 A를 해치는 사해행위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현재는 부동산실명법에 의해서 명의신탁행위가 무효이므로 위 땅을 명의수탁 받아 등기를 가지고 있던 B의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땅은 본래의 소유자인 ‘갑’에게로 소유권이 회복되고 더 이상 채무자인 B의 재산이 아니게 되어, 채무자의 B가 사해행위로써 재산처분행위를 하였다고 말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C는 비록 명의신탁행위가 무효이더라도 이 땅의 당초 소유자인 ‘갑’에 대한 관계에서 C의 매수인의 지위가 여전히 유효한 것이므로, 현재 ‘갑’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하여(채권이므로 매수한 날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므로 주의) C자신의 이름으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어 C를 악의의 수익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채권자A는 이 사해행위소송에서 패소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해행위소송을 살펴보았는데,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때에 따라서는 수익자나 전득자가 억울하게 피고가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법무법인 백석·법조선교회)

 

기사입력 : 2008.03.02. pm 13:04 (편집)
오정선기자 (jungsun5@f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