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다문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백의민족이니 순수혈통이니 하며 민족을 내세우던 시대가 구시대의 유물로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신부와 결혼하는 농촌 총각이 날로 늘고 있고,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숫자는 현제 38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우즈백, 가봉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외국인들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찾아왔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편견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으니 사람 그 자체도 열등하다고 생각하는지 인권을 유린하고 학대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전쟁의 폐허위에서 우리가 굶주릴 때 먹을 것, 입을 것을 나누어주던 우방의 은혜는 어디다 두었는지.

 ‘은혜는 물에 떠내려 보내고  원한은 뼈에 새긴다’는 속담이 있다. 인간의 속성이  받은 사랑은 잘 잊고, 받은 아픔에 대한 분노는 오래 기억하는 데 대한 경구일 것이다. 필리핀 같은 나라는 한국전 때 우리나라를 도운 유엔참전 16개 국 중의 하나이다. 북한 공산군에 의해 전국토가 유린당할 위기에 봉착했을 때 7000명이나 되는 자국의 젊은이들을 보내 큰 힘이 되어주었으며 그들 중의 다수가 이 땅에서 목숨을 바쳤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누군가 흘린 피의 대가인 것이다. 

 다문화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못사는 나라 민족이니 민족성도 그러려니 생각지 말자. 이 나라에 와서 우리가 기피하는 3D 업종에 장시간 노동하는 젊은이들을 우리 아들처럼 여기고,  조국과 부모형제를 떠나 만 리 이국땅에 온 외국인 신부들을 딸처럼 생각한다면 편견으로 인한 갈등의 골은 메워 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참 아름답고 밝은 사회로의 진입이 훨씬 더 수월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