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

고비마다 새벽기도회 통해 하나님 만나
든든한 후원자 되어준 아내에게 고마와

 탄핵폭풍의 여파를 뚫고 국회의원이 된 정두언 안수집사. 그의 시련과 극복 그리고 축복은 마치 드라마와 같다. ‘시련은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정두언 안수집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1957년 생인 정두언 안수집사의 어릴 적 가정은 불우했다. 아버지가 가정을 돌보지 않아 어머니가 서대문 모래내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5남매를 교육시켰다. “늘 밖으로 돌면서 어머니를 고생시키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복수심’이라는 것이 저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복수를 위해 열심히 공부도 하고 남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했었죠”

 남달리 친구가 많았던 정두언 안수집사는 교회도 친구 따라 나오게 되었다. 서울대를 다닐 때 사귀던 여학생의 1년간 전도로 교회에 나온 것이다. “신앙이 좋은 여자친구가 전도를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녀를 무척 핍박했었죠. 그런데 울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 데 산사람 소원 못 들어주겠냐’는 심정으로 교회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나간 교회에서 어느 날 갑자기 목사님의 설교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중된 자가 처음된다고 금방 열성신자가 되어 버스에서도 성경책을 보고 학교 도서관에서도 고시서적을 잔뜩 쌓아놓고 성경을 읽었다.

 그렇게 신앙이 자라가고 있을 때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 그는 ‘하나님이 계시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겨날 수 있을까?’를 반문했다. YWCA 화요기도회에 참석한 그는 광주에서는 참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곳에서 기뻐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는 교회에 나오지 않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그 후 정두언 안수집사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군제대 후 학창시절에 만났다가 헤어졌던 독실한 크리스천 이화익 집사를 다시 만나 결혼도 했다.  그는 아내를 따라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그러던 중 신앙생활에 새로운 전기가 찾아왔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크나큰 시련을 겪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잘 나가던 공직생활을 총선을 두 달 앞두고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었죠. 하루아침에 좋은 직장과 퇴직금 날리고 패가망신해버린 것이죠”

 하늘을 향해 땅을 쳤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날부터 그는 하루 종일 집에서 술만 마셨다. 남들이 손가락질할 것 같아 밖에도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런 날이 계속되자 마침내 우울증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그렇게 죽음만 생각하는 정 안수집사에게 용기를 주고 끝까지 기다린 사람은 아내였다. 아내는 아무 근거도 없이 “앞으로는 당신에게 좋은 일만 있을 테니 두고 보라”며 큰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너무나 힘들어 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는 제 마음을 안정되게 했어요.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때 많은 사람들이 저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저의 가장 큰 재산은 돈이나 빽이나 권력이 아니라 기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정 안수집사에게 기적 같은 일들이 이어져갔다.

 “2001년 겨울 교통사고로 두 달 가까이 입원해 있었을 때에요. 이명박 장로님이 문병을 오셨는데 그게 그분과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 후 장로님은 제게 서울시장 선거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셨고, 저는 그의 캠프에 합류를 해 부시장까지 된 것입니다”

 2002년 정 안수집사는 서울시청에 첫 출근을 하면서도 부시장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것이 축복이었다. 그의 인생이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선거를 준비하면서 부시장을 그만두려고 할 때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후배가 건강진단 우대권을 보내왔어요. 저는 아내에게 건강진단을 한번 받아보라며 티켓을 줬어요. 얼마 후 아내는 위암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가슴이 덜컥했어요.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의사는 생각보다 암이 많이 진행되었다고 하는 겁니다” 당시 정 안수집사의 큰딸은 고3이었다. 그래서 형과 함께 살고계시는 어머니에게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집에 며칠 다니러 오신 어머니 마저 온 몸이 아프다며 잠도 못자고 소리만 지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입원한 병원에 같이 입원을 시켰다. 시련은 계속 이어졌다.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그의 오른 팔인 여성부장이 별안간 대장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도 시련은 멈추지 않았다.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완전히 바닥을 쳤다. 선거는 해보나마나였다.

 정 안수집사는 다시 새벽기도를 나갔다. ‘이제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맡기자. 주님, 주님 뜻대로 하소서. 주님이 주신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투표하는 날, 정 안수집사는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선배와 함께 극장에 갔다. 어떤 영화를 볼까 상의 하다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에게 걸린 영화는 다름 아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였다.
 “예수님의 고난을 보면서 순간 저의 시련은 새 발의 피도 못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마음이 변하더라고요”

 그날 저녁 사무실에 돌아오니 모두가 울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 정 안수집사가 진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그들을 위로했다. 그날 밤 기적이 일어났다. 밤 10시가 넘어 개표상황이 역전되면서 그의 승리로 결말이 난 것이다. 기적이었다. 기적은 계속됐다. 그의 아내와 여성부장이 건강을 완전히 되찾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도 소생했다. 

 시련은 오늘의 그를 있을 수 있게 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이 시련을 주시는 것도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글·이소흔 / 사진·정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