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갑자기 부상한 말을 들라면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 아닐까 싶다. 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폐지를 거론할 때 국정홍보처 간부가 자신의 처지를 대변해서 한 말이다. 그러자 연일 국정홍보처 직원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화무십일홍인데 목에 힘주더니 꼴좋다”는 것이 전체적인 의견이었다.

 비아냥거린 사람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영혼이 없는’이라는 단어로부터 자유로웠을까. 사실은 많은 이들이 마음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를 표했을 것이다.

 “더러운 회사 당장 때려치우고 만다”“사주 배만 불리게 하는 이따위 일을 바로 던져버리겠다”“머리가 텅 빈 상사 밑에서 하루도 일 못한다”“진짜 다니기 싫지만 돈 때문에 억지로 다닌다” 이런 말 한 번 안 해 본 사람을 찾기 힘들다. 실제로는 문제가 없는데 공연히 자존심 상해서, 나태한 마음에 그냥 뱉은 말이라면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불법을 자행하는 수장을 돕고, 잘못된 일의 나팔수나 저격수 역할을 한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영혼이 없는 게 분명하다.

 영혼을 팔면서까지,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뻔하다. 당장 편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내 한 몸 희생한다”는 말로 빠져나가고 싶겠지만, 가족들도 그 사실을 알면 괴로울 것이다. 

 좀 포기한다면 옳지 않은 일을 안하고도 살 수 있다. 영혼은 불편하지만 몸은 편안한 자리를 걷어차는 사람이 당장은 융통성 없어 보이겠지만, 최후에 웃을 자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라.

 프리랜서는 엄연히 세금을 내지만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혜택받는 건 거의 없다. 미래에 대한 보장도 없다. 대신 자신의 일을 취사선택할 권한을 가진다. 15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무속인, 다단계 성공사례 등 내 신앙양심과 맞지 않는 취재요청은 거절했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 내 영혼이 심각한 손상을 입을 정도라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떡으로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 앞에서 다른 신을 네게 두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야훼를 경외해야 할 영혼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시시때때로 점검하며 살자.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