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도 모르게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했다면? 

 채권자 A는 2004년 1월 1일 채무자 B에게 1억원을 빌려주었는데, 채무자 B는 이 차용금의 만기일인 2004년 12월 31일이 되어도 이를 갚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채무자 B는 이 당시 별다른 재산 없이 오직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하나를 유일한 재산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5년 1월 1일 채무자 B는 위 아파트를 자신이 아는 제3자 C에게 1억원에 매도한 후, 그 받은 대금을 다 소비해 버렸다. 이럴 경우 금전채권자인 A가 보호받을 방법은 없을까?

 위 사례에서 채권자 A는 직접적으로는 채무자 B와만 관계가 있고, 위 아파트를 매수한 제3자인 C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채권자 A가 C를 상대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경우가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다(단, A가 금전채권자인경우에만 해당됨)

 이러한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우리가 생활하는 중에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 소송중의 하나이다. ‘사해행위’라는 용어에서 ‘사해’의 의미는 속임수로 채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는 것을 의미한다. ‘사해행위’는 채무자 B가 채권자 A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경우 채권자 A는 채무자의 그러한 행위(사해행위)를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통해 취소시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한다.

 채무자가 채권자의 권리를 해하는 사해행위의 예로서 흔히 들 수 있는 것은, 위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채무자 B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으로 보유한 부동산을 제3자 C에게 매도하는 경우이다(한편, B가 부동산을 적극 매도하지 않고 악의적으로 ‘근저당’을 설정하여 채권자 A의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도 ‘매매’의 경우와 동일함)

 이러한 경우 채무자 B는 이미 부동산을 매도한 상태로서 이제 아무런 부동산도 없고, 단지 부동산 매도대금을 소비하기 쉬운 금전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거나 이미 이를 모두 소비한 상태기 때문에 채권자인 A는 채무자 B를 상대로 해서는 도저히 특별한 채권회수조치를 취할 수 없는 처지이다.

 이같은 곤란한 상황에서 채권자 A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C를 피고로 삼아 C에게 매도된 부동산을 다시 B에게 원상회복시킨 후, B에게 원상회복된 부동산을 이용하여 A 자신의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C 자신은 채무자 B의 부동산매도행위가 채권자 A의 권리를 해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선의’의 매수인임을 입증하여 A의 사해행위취소소송에 대항할 수 있다. 다만, 그 입증책임은 C에게 있으므로 C는 자신이 이런 소송의 피고가 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것이다.

 만약 C가 다시 위 부동산을 D에게 매도한 경우라면, 이 소송에서 D가 피고가 될 것이고, D는 자신이 선의의 매수인임을 입증할 부담을 안게 된다.(보통은 A는 이러한 취소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C를 상대로 처분금지가처분을 받아 놓아, C가 D에게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을 사전에 금지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임)

 채권자 A는 이러한 소송을 항상 제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B의 부동산 매도행위를 안 날로부터 1년 이내나 또는 B의 부동산매도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제기해야 하고,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경과된 경우에는 패소판결을 받게 된다.

 위 사례에서 채권자 A는 채무자 B가  C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사실을 2006년 1월 1일 알았기 때문에 현재 2008년 2월 3일을 기준으로 할 때 이미 1년 이상이 경과한 상태이므로 C를 상대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해도 패소할 수 밖에 없다. 다음호에서는 이러한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제3자 C가 억울하게 피고가 된 경우를 살펴보기로 한다.

법무법인 백석, 법조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