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농가주택을 구입한 후 바닥이 얕아 객토를 하는데 마을에서 야단이 났다. 길이 꺼진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이며 훼방을 하더라는 것이다. 생각다 못한 그 사람은 고기와 과일 몇 박스를 사 가지고 이장을 찾아갔다.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부디 잘 좀 봐 주십시오” 그렇게 빌고서야 겨우 사태가 수습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 이사 온 사람이 인사할 요량으로 떡을 돌리거나 초대하는 것은 미풍양속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뒤에 들어오는 사람을 공연히 배척한다면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잘 모르는 동네에 땅을 사든지 집을 사면 텃세가 심하다고 한다. 직장의 신입사원도 학교의 전학생도 텃세를 경험한다. 텃세를 극복하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왜 그럴까? 이웃이 하나 더 생겨서 친구가 한 사람 더 늘어서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아도 낯설음으로 서먹할 신입들이다. 내가 신입이 되어 낯선 환경 속에 서 있다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동전 한 닢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은 동전 한 닢 때문에 아쉬움을 당하게 될 날이 있다. 세상은 그렇게 넓지가 않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지 않는가. 외나무다리에서 원수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끌어안고 반가워 어쩔 줄 모를 것이다. 실제로 전혀 엉뚱한 곳에서 수십 년 전의 친구를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텃세를 해서 적나라한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것은 미련한 처신이다. 갈등이 봉합된 후에도 상흔은 남기마련인데, 나중에 면구스러운 것보다 따스한 이웃으로 기억되는 것이 현명하리라.  

 새해엔  텃세 없이 이웃을 따뜻하게 맞아  들일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