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부자가 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크게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 큰 부자는 자기가 죽기 전에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노비들을 불러놓고 이달 섣달 그믐에는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섣달 그믐날 주인이 말하기를 짚을 한 단 씩 주면서 “새끼를 가늘고 좋게 꼬아라. 밤새 새끼를 잘 꼬아봐라.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나를 위해서 해줄 일이 이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노비들 중에 한 부류는 대충해야지 하면서 짚을 한줌 잡아서는 새끼를 굵직하게 듬성듬성 꼬았습니다. 그런데 또 한부류의 노비들은 주인의 말에 순종해서 짚을 밤새토록 곱고 가늘게 꼬았습니다. 아침이 되니 주인이 그들을 데리고 광 앞에서 광문을 확 열었습니다. 광안에는 엽전이 가득하였습니다. 주인은 “엽전을 새끼에 다 꿰어라” 하지만 굵은 새끼를 꼰 사람은 엽전이 들어가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약하게 꼰 사람은 엽전을 가득 꿰었습니다. 주인은 “꿴 엽전만큼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라”며 그들을 노비에서 해방해 주었습니다. 끝까지 충성을 다한 노비들만이 엽전을 가득 안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충성하지 않은 노비들은 크게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