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있다.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 알고 보면 쉬운 진리, 작은 일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을 담은 생활 수필집이다. 내 경우는 유치원을 졸업한지 몇 십 년이 지난 올해, 드디어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친구를 통해 배웠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지 않아 아직도 청춘인줄 착각하고 있었는데 올해 나에게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늘어난 평균수명을 따져보며 이제 절반 조금 넘게 살았구나 했는데 내 나이에도 하나님이 부르신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의 절친한 고향친구가 지난 10월에 세상을 떠났다. 중병에 걸렸지만 의술의 발달로 거의 완쾌된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재발하면서 황망히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병을 얻은 뒤 예수님을 영접한 친구가 뜨겁게 신앙생활 하다 떠난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다.

 또 한 명의 절친한 고향친구는 지난달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았다. 지난주에 친구가 전화하여 3개월마다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 병이 얼마나 중한지 보험회사를 통해 알았다. 암에 걸려도 보험회사는 경중을 따져 가능한 한 보험금을 적게 주려고 애쓰는데 나는 받을 수 있는 최고 액수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 친구에게 “더 이상 종양이 생기지 않도록 기도하면 되지 뭐, 하나님이 보너스 두둑이 주셨네”라고 말하며 웃었지만 간이 툭 떨어졌다.

 하늘나라로 간 친구는 전문의로 한달 수입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많았다. 수술을 한 친구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며 동분서주하던 중이었는데 극도로 조심해야 할 상황이다.

 지각 잘하고 마감 어기면서 태평하게 살던 내가 올해 불에 덴 듯 화들짝 깨어났다. 제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많아도 하나님이 부르시면 바로 짐 싸야 한다, 이걸 온몸으로 실감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야훼를 경외하며 열심히 사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걸 가슴에 깊이 새긴다.

이근미 소설가 www.root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