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이 부친의 재산 단독 상속받도록 했다면… 

 변호사로 상담을 하다보면 재산이 많아 오히려 가족간에 다툼이 되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부모가 열심히 일하여 많은 재산을 쌓아놓았거나 선친이 대대로 물려 받은 부동산이 있는 경우 그 재산을 둘러싸고 부모 자식간 또는 형제간에 다툼과 대립이 발생하는 것이다.

 박 씨도 그러한 사례 중의 한 명이다. 박 씨는 2남 1녀 중 둘째로 15년 전 아버지가 노환으로 소천하시면서 현재는 형이 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하고 있다.

 박 씨의 아버지는 생전에 열심히 일해 현재 시가 10억원의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무런 유언 없이 소천한 후 첫째인 장남이 재산에 욕심이 나서 같이 살고 있는 모친과 상의해 장남 1인 단독 명의로 상속등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9년 전 나머지 형제 2명에게는 호적정리를 한다는 명목으로 인감과 인감증명을 받아 1인 단독명의로 상속등기를 마쳐버렸다.

 둘째 아들인 박씨가 약 4년 전 우연히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을 일이 있어 알아보다가 아버지의 재산이 모두 장남 1인의 단독명의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박씨는 매우 섭섭한 마음이 들어 이에 대한 법적인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둘째인 차남이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조치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버지의 재산은 아버지가 소천할 당시를 기준으로 어머니와 3명의 형제간에 나누어진다. 따라서 어머니가 3을, 형제들은 각 2의 비율로 재산을 법정상속하게 되어 있다.

 물론 아버지의 재산형성과정에 어머니가 기여한 부분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는 먼저 어머니의 몫(여기서는 편의상 1억원이라고 가정하자)을 공제하여야 하므로, 그 나머지인 9억원을 대상으로 어머니는 3억원, 나머지 3형제들은 각 2억원씩을 상속받게 되어 있다.

 그런데 위 박씨의 사례처럼 아버지의 재산이 이러한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법대로 분배되지 않고 장남 1인에게만 분배되는 경우에 차남인 박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부동산등기부 등본상에는 장남 1인의 단독 명의로 상속등기가 되어 있는 바, 이러한 장남 1인의 단독명의 등기는 위와 같은 정당한 법정상속비율을 위반한 것으로 차남인 박씨는 장남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자신의 몫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주의할 것은 상속회복청구권은 정당한 상속권의 침해사실을 박씨가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그리고 장남에 의한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며 이중 어느 하나라도 경과되면 소송을 제기해 보았자 패소판결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장남이 그의 1인 단독명의로 상속등기를 마쳐 박 씨의 정당한 상속권을 침해한 것은 9년 전의 일이므로 아직 1년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차남인 박 씨가 장남의 이러한 침해행위를 안 것이 약 4년 전으로 박씨가 안 때로부터 3년을 초과하여 차남인 박씨는 장남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위 사례에서 장남 1인 단독명의로 등기한 것이 어머니와 형제 모두가 상호 합의하에 편의상 장남 명의로 등기한 것이라면, 이는 명의신탁등기이므로 차남은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장남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지분인 2억원만큼을 지분등기하든지 금전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명의신탁의 해지가 있은 때로부터 2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므로 시효가 문제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차남인 박 씨는 명의신탁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실제 사례에서는 장남측이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라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아 분쟁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만약 아버지가 생전에 장남에게만 위 부동산 전체를 증여한 것이 진실일 경우에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다음 회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사실 재산이라고 하는 것이 각자의 현실적인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간에도 부모의 재산과 관련한 다툼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형제간에 우애가 좋으면 모든 게 잘 해결되겠지만 형제들이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민 상태에서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므로, 법정상속비율이라는 상속법상의 기준에 의해 합리적으로 배분해 주어야 가족간의 다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법무법인 백석, 법조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