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반이 죽임 당하는 순교 장면 그려 
실물 인체 크기로 그려진 대형그림 
    

 사도행전의 특징적 의도는 어디에 있는가? 예수의 공생애와 부활 후에도 성령으로 계속되는 예수의 사역에 대한 기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이 보인다. 요컨대 톰슨이 성경주석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누가의 목적은 “복음이 어떻게 유대교와는 관계가 먼 이방인 교회에서 결실을 맺게 되는지”를 알게 하려는데 있다.

 같은 맥락에서 스데반의 순교는 첫 순교로서의 큰 의미를 갖지만 동시에 유대교로부터 교회가 어떻게 분리되어 나가는가의 과정을 보여주는 깊은 사건적 의미를 담고 있다. 스데반의 순교(행6:8-8:3)는 3단계에 걸쳐 서술되고 있다. 먼저는 유대인지도자들의 스데반에 대한 모함이요, 다음은 대제사장들의 심문에 대한 긴 설교형식의 대답이었으며, 마지막이 돌로 쳐 죽임을 당하는 순교이다. 그는 제사상들의 질문에 유대인 지도자들의 행적을 구약의 사례를 들어 말하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사도행전 7장 52절에서 55절에는 스데반의 이야기가 기록돼있다. “스데반이 대답했습니다. 여러분의 조상들이 핍박하지 않은 예언자가 한 사람이나 있었습니까? 그들은 심지어 의인이 올 것을 예언한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그 의인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배반하여 죽였습니다… 공의회 의원들은 스데반이 하는 말을 듣고 몹시 화가 나서 스데반을 보며 이를 갈았습니다. 그러나 스데반은 성령이 충만하여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오른편에 서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스데반의 인물됨에 대해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가득하여 지혜나 성령에 있어서 그를 당해낼 사람이 없다고 누가는 강조하여 말하고 있다. 칼뱅 또한 스데반의 믿음은 성령에 따른 것으로 보고 이 양자를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았다. 스데반이 그토록 담대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하늘 위의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님을 함께 볼 수 있는 영안이 열린 것도 이 성령의 힘에 근거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도행전 7장 54절에서 60절에는 그의 죽임당하는 순교의 장면을 기록했다. “공의회의원들은 스데반이 하는 말을 듣고 몹시 화가 나서 스데반을 보며 이를 갈았습니다…사람들이 스데반을 돌로 칠 때, 스데반은 ‘주 예수님, 내 영혼을 받아주십니오’라고 기도했습니다. 이 죄를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라고 외쳤습니다. 이 말을 하고 스데반은 잠들었습니다”

 작가 스코렐(Scorel)이 그리고 있는 장면은 바로 이 순간이다. 화면 전체를 좌우, 우좌의 대각선으로 그려보면 그 교차중앙에 스데반의 머리가 위치해 있다. 우단에는 건장한 체력의 증오에 가득한 악령의 인간들이 크고 단단한 돌을 높이 들고 치려하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돌들이 여전히 준비되어 있다. 왼쪽 상단에 하늘이 열리며 드러난 하나님과 우뚝 서 있는 예수님이 보인다. 중앙상부 배경의 성들은 지금 이 일이 성밖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좌측 하단에는 젊은 사울, 미래의 바울이 화려한 의상으로 쓰러질 듯 몸을 가누고 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들 행악자들을 묵인하는 듯 조용하다. 분위기는 이국적이고 색감은 현란하나 무언가 섬뜩한 차가움의 바람이 화면에 인다. ‘스테반의 순교’는 실물인체크기로 그려진 대형그림이다. 그 밝은 빛, 짙은 그늘, 신산한 색감에서 그리고 길게 늘어뜨린 인체 등에서 매너리즘적 냄새를 짙게 풍긴다.

이석우 (경희대 명예교수, 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