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의 정체성 회복 필요

 지난 2007년 7월 8일에 ‘한국 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 대회’가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 행사의 2부 예배에서 ‘사랑의 교회’ 옥한흠 목사님은 기독교인들에게 큰 경종을 울려 주었다. 기독교 관련 신문 지면에 실린 목사님의 말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 교회는 지금 ‘살았다 하는 이름은 있으나 죽은자’라고 책망 받은 사데교회와 같습니다. 그것은 믿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국 교회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지금 한국 교회의 목사에 대한 신뢰도는 하위권이고, 무 종교자에게 가장 인기 없는 종교가 기독교이며, 기독교인들이 ‘2중 인격자’로 불립니다. 한국 교회가 이렇게 영적으로 비참하게 된 원인은 교회가 성장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저 역시 회개와 순종보다 신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믿음만 강조해 ‘입만 살아있는 교회’를 만들어왔습니다. 한국 교회의 부흥은 ‘죄업을 놓고 가슴 치는 목회자의 회개’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목사님의 목소리는 설교 내내 울먹임으로 떨렸고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기도했다고 했다.    “주여, 이놈이 죄인입니다. 입만 살고 행위는 죽은 교회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주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성령을 부어주옵소서. 한국 교회를 깨끗하게 하여 주옵소서. 한국 교회를 살려 주옵소서” 

 나는 평소에 무척 존경하던 옥 목사님께서 절규하셨다는 기사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목사님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직접 들리는 것 같았다. 

옥 목사님은 한국 기독교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분이시다. ‘제자 훈련’이라는 독창적 프로그램으로 한국 기독교인의 영적 성장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마다한 장본인이시기 때문이다. 옥 목사님은 목회자와 크리스천 모두에게 존경받는 선한 목회자이시다. 그토록 선한 목회자가 죄인이라니! 그분의 겸손함이 숙연해졌다.

 나는 이 기사를 접하면서 한국의 목회자와 모든 성도들에게 옥 목사님의 기도로 선한 영혼을 앙망하게 되길 기도했다.       

 기독교 대외 이미지 실추 원인이 어떻게 교계에만 있을까.

 우리는 각자 얼마나 믿음의 공동체에서,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해버렸을까. 신앙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강팍한 행위로 크리스천답지 못하여 믿지 않는 자 보다 못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심지어 교회와 기독교를 이용하여 자신의 ‘업(業)’을 성취하려는 크리스천들도 있다. 그래서 성도가 성도를 믿지 못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독 신앙의 핵심이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음에도 많은 영혼들이 피상적인 이미지 즉, 교회나 목회자, 크리스천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영적인 성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거나 신앙생활을 영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기독교인의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를 분석하는 한 방편으로 젊은 종교인, 목회사회학 교수들은 기독교인이 가톨릭으로 개종한 여성 신도 10여 명을 상담 조사하여 발표한 내용이 한 시사 주간지 기사에서도 크게 다루어졌다.    

 여성 신도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유인즉, ‘기독교는 분주하고 시끄러운데 가톨릭은 조용하고 경건하여 마음에 더 끌린다’는 것이었다. 일부 여성 신도로부터 얻어낸 설문 조사 결과라 하더라도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를 밝히게 되었다.

 그들이 개종한 이유가 어떠한 기독교적 사유가 있어서가 아닌-가령 가톨릭에서 허락되는 조상에 대한 제사 제도 때문이라든지-단순히 기독교적 신앙생활 시스템이 싫다는 것이었다. 적극적인 전도 활동이나 공동체 생활, 분주한 교회활동이 번거롭다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세상적으로 편하게 살게 되니 간절함이 없는 신앙적 태도에서 점점 개인 중심의 생활을 추구하는 현대 신앙인으로서의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기독교인은 더욱 믿음의 성전을 굳게 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