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여고 동창 친구가 무척 오랫만에 압구정동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 친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얘, 우리 동창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너가 화제인 거 아니? 학교 다닐 때의 너와 지금의 너가 너무 다르잖니? 그때는 공부파도 아니었고 다른 방면에서도 두드러지지 않았고 그저 평범했었잖아? 그 비결이 뭐였니?”

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하나님의 은혜지' 하고 대답했다.

그랬다. 나는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 공부하고 책 읽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충분히 그런 소리를 들을 만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내 모든 것은 온전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이루어졌음을 믿는다. 나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십대까지만 해도 전문직 여성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적 준비가 안된 사람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글 쓰는 능력’과 강연가로서의 ‘지적 역량’이 없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는 순전히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신 큰 은혜였다.

어릴 적, 혼자 거울 앞에서 무척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공부하는 것보다는 거울을 보거나 공상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동화책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하며 표정을 지어본다든지, 현실에서 표현이 불가능한 복장이나 장소 등은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하여 상상의 세계에 빠지곤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학시절까지도 그랬으니 참 비현실적으로 청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결혼을 하고나서는 이전과 달리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굳이 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가부장적인 시댁 분위기로 외출이 부자유스러웠던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한 방편이었다. 동기야 어떻든 나는 그때부터 책벌레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읽을거리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다. 기독교 서적도 읽었다. 책읽기에 얼마나 몰입했으면 아기의 간식 먹여주는 일, 기저귀를 갈아 주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하나님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도 기도였을까. 훗날 신앙간증 서적 속의 주인공들처럼 바로 내 남편이 죽음의 벼랑에 서게 되고 남편의 옆을 지키던 나는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하고 여러 교회에서 간증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독교 서적은 내 영혼을 조금씩 깨워주기 시작했다. 독서는 나의 깊은 내면에, 구원의 진리와 기도의 힘을 깨닫게 해줌으로서 귀한 믿음의 뿌리를 내리게 해주는 자양분이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기독교 서적을 통하여 고난은 축복이라는 사실도 깊이 감지하게 해주셨다.

나는 주위 환경으로 인하여 예배 생활을 할 수 없었지만 기독교 서적을 통하여 주님을 향한 작은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할 수 있었다. 비록 영적으로 미숙한 상태였지만 신앙 서적을 접하며 간헐적으로라도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겐 큰 삶의 위안이 되나는 주위 환경으로 인하여 예배 생활을 할 수 없었지만 기독교 서적을 통하여 주님을 향한 작은 불꽃을 꺼트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할 수 있었다. 비록 영적으로 미숙한 상태였지만 신앙 서적을 접하며 간헐적으로라도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겐 큰 삶의 위안이 되었다.

진정한 영적 성장은 오직 예배와 기도, 성도가 서로 교통하면서 믿음을 키워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독서를 통해 배웠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를 통한 신앙생활이 없이는 진정한 영적 성장을 할 수 없다는 한계도 깨닫게 해 주었다. 나는 조금씩 이렇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저도 주일날 손에 성경 들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제 마음대로 교회에 나갈 수 없다는 현실, 주님께서 잘 아시잖아요. 주님, 제게도 교회에 나갈 수 있는 ‘환경’을 허락해주세요. 저도 예배드리는 기쁨을 알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