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하나님이 주신 또 하나의 딸
내려오는 말에 “여자들은 어려서는 부모를 의지하고, 결혼해선 남편을 의지하고, 노년에는 자식을 의지하며 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들은 나이가 들수록 남편보다도 아들을 더 의지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많은 정성을 쏟아 키운 아들일수록, 아마도 이 세상에서 그 어머니의 맘에 드는 며느릿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그 집안에 귀한 딸일수록 그 부모님의 맘에 드는 사윗감을 찾기도 또한 쉽지 않다.
정성껏 키운 나의 아들이 어느덧 장성하고 장가들어 색시를 데려와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을 보면 어머니의 마음에서는 같은 여자로서 질투심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솟구쳐 오른다. “내가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저 여자한테 통째로 몽땅 빼앗긴단 말인가?” 시어머니 눈에 며느리가 딸이 아닌, 여자로 보이는 순간부터 심각한 가정의 전쟁은 시작된다.
“고부간의 갈등은 성령님도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어요” 종종 설교시간에 목사님께서 들려주시는 이 말씀에 우리는 웃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과 교육 수준은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고부간의 문제는 날로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란 예로부터 그렇게 불편한 관계일까? 같은 여자의 입장이기에 아내의 역할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서러움도 공감 할 수 있으며, 자녀들을 낳고 키우면서 맞이하는 고통도 같기에 사실 많은 것을 서로 나누며 위로해야 할 동료 의식을 가져야 할 사이인데 말이다.
영어에는 ‘며느리’라는 말이 따로 없다. 그냥 ‘딸’이라고 부른다. 딸은 영어로 ‘daughter’이지만 ‘며느리’는 영어로 ‘daughter-in-law‘로 해석하면, ‘법적으로 나의 딸’이다. 시어머니도 영어로 ‘mother- in-law’로 ‘법이 나에게 허락한 다른 한명의 어머니’로 해석된다. 이때문인지 미국 시어머니들과 며느리들은 한국이나 다른 동양권에서 나타나는 고부간의 갈등을 겪는 것을 목격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미국 인디애나 주의 포트웨인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생활할 때의 일이다. 우리 가족은 제롤드 니콜스라는 미국 목사님과 친분을 맺고 지냈다. 어느 날 저녁 초대를 받고 그 가정을 방문한 우리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손님을 위한 준비로 니콜스 사모님은 혼자 부엌에서 무척 바쁘셨다. 그런데 오랜만에 시어머니 집을 방문한 그 집 며느리는 소파에 앉아 자기 남편과 함께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옆에는 아직 시집가지 않은 목사님 딸도 함께 있었다. 시어머니의 집에 오랜만에 놀러 온 이 철없는 며느리의 태도는 한국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려 해도 볼 수 없는 광경이라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사모님께 “아니, 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안 도와주고 TV를 보고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그런데 사모님은 오히려 나를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며, “며느리도 내 딸이에요. 오늘밤 우리 집에 놀러 온 손님인데 놀러 와서 편히 지내다 가야지, 왜 부엌에서 일을 해요?”라고 말하여 나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사모님은 자기 집에 놀러온 며느리가 아들과 함께 TV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영혼과 형상은 하나님의 모습을 닮았기에 하나님을 대하듯 만나는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그리고 인격적으로 대해 주어야 한다. 이런 태도가 우리 크리스천들 가정에서 먼저 흘러나와야 세상 사람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
훌륭한 후손을 원한다면 시어머니들은 현명해야 한다. 사회생활에 피곤하고 지친 내 아들에게,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사랑을 동시에 주며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내 며느리이다. 특히 나의 귀여운 손자들을 낳아 키워주는 고마운 여자가 내 며느리이다. 그러므로 며느리는 내가 미워해야 할 미움의 상대가 아니라, 한없이 고마워해야 할 하늘이 내린 사랑스런 나의 딸이다.
이제부터 누가 “아, 이분이 댁의 며느님이세요?”라고 물으면, “아뇨, 제 딸이에요. 우리 집에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귀한 딸이죠! 우리 집엔 며느리는 없어요!”라고 말해보자.
김영실 교수(총신대 사회교육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