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생명 말씀 전하는 게 내 사명  

선수촌의 ‘성령의 검’ 되어 복음 전파 힘써 
북경올림픽의 승리 기원하며 기도로 준비   
               

 우리에게는 태릉선수촌으로 더 익숙한 대한체육회선수촌에 가면 내년 8월에 열릴 북경올림픽 때문인지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다. 9월 19일 펜싱국가대표팀 윤남진 감독을 인터뷰 하기 위해 선수촌을 찾았지만 정문에서 제재를 당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정문에서 윤남진 감독을 기다리며 선수촌 주변을 기웃거려보았다.  정문에 걸려있는 ‘지금 흘릴 땀,  베이징의 영광되리’ 라고 써붙인 플래카드가 인상적이었다.

 잠시 후 훤칠한 키에 흰 운동복 차림을 한 선수촌 관계자 하나가 나에게로 걸어왔다. 윤남진 감독이었다.  간단한 인사 후 그를 따라간 곳은 체조와 펜싱 선수들의 연습장이 있는 개선관이었다.  2층에 마련된 펜싱훈련장은 60∼70명이 한꺼번에 연습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훈련장 안은 심판기와 선수 장비 사이를 잇는 릴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안은 선수들의 기합소리에 승패를 알리는 부저소리까지 더해져 무척이나 분주해 보였다.

 “9월 29일부터 10월 8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맹연습 중입니다. 세계 50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올림픽 다음으로 중요한 시합입니다.  펜싱은 모두 남녀 플뢰레, 남녀 에페, 남녀 사브르 등 6개 종목이 있는데 이중 일부 종목은 세계 1위 등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때 국가대표팀 선수의 성형수술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던 펜싱계였지만 지금은 세계 우승이라는 목표를 두고 모두들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윤남진 감독은 긴장된 선수들을 격려하며 최상의 컨디션으로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을 지도하다보면 힘이 들어도 화를 낼 수 없어요.  그건 제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이지요.  화를 내기 보다는 웃으면서 아이들을 타이르고 자발적으로 연습에 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이라고 할수 있겠죠”

 그는 힘이들어도 새벽기도를 하고 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자연스럽게 선수들을 대할 때 웃게 된다고 했다. 그런 그의 영향으로 펜싱계 선수들은 대다수 크리스천으로 변했다.  윤 감독은 펜싱계 선수들 뿐 아니라 같은 건물을 쓰는 체조계 선수들에게도 복음을 전한다. 심지어는 레슬링, 복싱, 유도 선수 등 여러 종목의 선수들을 전도하기 위해 일부러 먼 샤워실을 찾아가 “수요일이다. 예배 잊지말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윤 감독이 말하는  ‘목욕탕 전도’로 그는 일찌감치 선수들 사이에서 경계대상 1호로 지목되었다.  그는 왜 그렇게 선수들을 전도하고 싶어하는 걸까.   

 “저는 만나는 선수들에게 예배를 강조합니다.  대회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먼저 아는 것이야말로 중요하기 때문이죠.  선수들의 영혼에 그리스도의 말씀이 들어가 있으면 자신의 정체성을 바로 알게 되면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을 신앙안에서 가르치고 싶어하는 윤 감독이기에 그는 자신이 날마다 성령으로 무장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인터넷을 통해 설교 말씀을 듣고 숙소 한 켠에 써붙인 ‘야베스의 기도’(대상 4: 9∼10)를 묵상한다고 했다.

 “매일 ‘복에 복을 더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해달라”는 말씀을 계속 묵상하다보면 정말로 제 지경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에게 있어 그 지경은 바로 스포츠 선교라고 할수 있겠죠”

 그는 국가대표 시절 선수들의 기독모임인 샬롬회 회장을 지낼 정도로 신앙이 깊었다. 선수 시절 자신을 붙들어준 것이 다름아닌 하나님의 말씀이었기에 제자들 역시 신앙을 갖길 원했다. 국가대표팀 선수를 은퇴하고 10여 년 넘는 세월 동안 교편생활과 사업을 하다 지도자의 위치로 다시 선수촌에 입촌한 까닭도 바로 스포츠 선교를 하기 위해서였다. 

 “진주에서 교편을 잡다 사업을 할 때 였습니다.  중·고등부 교사로 봉사했는데, 아이들 동계수련회에 참석했다가 사업하는 것이 내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죠. 하나님께 나의 길을 열어달라고 날마다 기도한 끝에 2005년 다시 선수촌으로 들어오기까지 힘든 시간을 거쳐야만 했죠” 그는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의 회상으로 고통이 밀려오는 듯 했나보다.  그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숨을 고른 후 고난의 연속이 자신에게는 하나님의 뜻과 비전을 발견하고 회복하는 귀한 시간었다고 고백했다.

 “나를 이 곳으로 불러주신 하나님만 생각하면 선수들에게 복음 전하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선수들에게 진정한 승리를 가르쳐 주기 위해 제가 다시 선수촌으로 돌아온 것이니까요”

 고난의 터널을 뚫고 펜싱계로 돌아온 탓인지 그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신앙과 실력 그리고 사랑 이 모든 것을 쏟아부어 헌신하고 싶어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제자들에게는 좋은 귀감이 된 듯 보였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한창 연습중이던 국가대표팀 김승구 선수는 “윤 감독님은 신앙심이 깊다. 선수들을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시고 ‘너희는 우리보다 나아질 수 있어’라며 선수들의 가능성을 인정해주시면서 동기부여에 힘쓰신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 상페테르스부르그에서 열리는 2007 펜싱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 중인 윤남진 감독은 1986년 아시아 경기대회 사격 2관왕인 박정아와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아들은 농구 선수로, 딸은 볼링선수로 활동중이며 가족이 스포츠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