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성적으로 보인다’는 외모와 달리 실제로는 감성적인 성향이 더 강한 타입이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직선적인 화법으로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 모르겠다. 내 가족과 사무실의 직원들, 비즈니스 대상자, 강의를 듣는 청중에게도 알게 모르게 크리스천의 선한 이미지에 해를 끼친 죄인이다.

  사람의 성품은 크리스천이든 아니든 저마다 크고 작은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 당신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인가. 물질? 이성? 명예? 교만? 욕심? 거짓? 분노? 나의 아킬레스건은 분노다. 나는 분노라는 감정에 지배되어 크리스천의 선한 이미지를 상실하는 데 크게 일조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분노를 다루지 못해 손해를 본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나의 옛 모습을 생각하면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런 분노 기질은 내가 신앙인으로 거듭나고 나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몇일 전, 모 일간지의 여기자로부터 ‘면접 이미지 컨설팅’에 대한 인터뷰 건이 들어 왔다. 내가 한창 원고를 쓸 때라 인터뷰 스케줄 잡는 일정이 쉽지 않아 여러날 번복되면서 연기 되었다. 그럼에도 여기자는 인터뷰를 하길 원했다. 결국 전화로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막상 인터뷰를 하니까 메일로 받은 질문 내용 중의 핵심적인 질문은 모두 빠지고 없었다. 여기자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질문들만 하고 인터뷰를 마치려고 했다. 나는 이건 아닌데 싶어 여기자에게 물었다.

  “기자님, 혹시 다른 전문가와 인터뷰 하셨나요?”

  “네, 요즘 이미지컨설턴트로 활동하시는 분 많잖아요”

  여기자는 너무나 당연한 듯 말했다.

  “..........”

  “대표님, 기분이 언잖으신가 봐요?”

  여기자와 몇 번 통화하면서 느낀 것은 그의 목소리는 친절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몇 가지 석연치 않은 느낌이 있어 순간 불쾌감이 들었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에요. 그럼 미리 다른 전문가와 인터뷰했다는 말을 한마디라도 해주었다면 굳이 서로 바쁜 시간 맞추어서 알맹이 없는 질문 주고받을 필요가 없었잖아요?”

  그만 나의 아킬레스건인 분노가 고개를 쳐들었다. 내 목소리는 흥분되어 있었다. 여기자가 발끈하며 왜 흥분하냐며 따지는 말투였다. 순간 여기자의 ‘흥분’이라는 말이 뜨끔했다. 내 가슴속과 머릿속에 꼬깃꼬깃 간직하고 있던 ‘선한 크리스천의 이미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하나님의 선한 딸이어야 해’

  일단은 내 안의 분노를 최대한 눌러놓고 나는 애써 여기자에게 온유한 목소리 -선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로 말했다. 결국 나는 기사 거리를 찾는 당신들의 업무도 이해하지만 상대 전문가의 프라이드도 좀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 안의 분노는 타고난 죄성으로 얻은 성품이라 완전히 없앨 수 없나보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을 만난 이후부터 달라진 것이 있다. 예전과 달리 크고 작은 불쾌한 감정들이 나를 오랫동안 지배하지 못한다는 깨닫고 있다. 주님께 나의 아킬레스건인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주십사하고 무시로 기도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면 이를 미리 감지하는 능력을 주시고 하나님의 성품을 떠올리는 습관을 길러 달라고 말이다. 그 결과 내 기질과 목소리는 ‘한 두 옥타브’ 낮추어졌다. 그랬더니 상황들이 한결 원활히 해결되는 유익이 내게 돌아왔다. 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자기의 아킬레스건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세미한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 그 부분만 예리한 칼로 도려내어 내면을 치료하시는 하나님께 맡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