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주제 작품 활용 많아
공공의 광장 건물 등에 함께 세워져
로마시대에 조각품은 매우 소중하게 여겨져서 기둥이나 처마, 벽, 패널 등에 넓게 사용되었다. 또한 돌이나 금속으로 된 조상(彫像)들은 어떤 인물이나 집단을 묘사함으로써 위대한 사람이나 신들을 나타냈다. 그 조상들은 공공의 광장이나 건물에 세워졌고 부유한 가정집에도 세워졌으며, 끝으로는 석관에 조각되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초기 기독교 시대의 건축 조각물들은 상당수가 남아 있으며, 건물에 부속되었던 조각된 석제품들도 로마제국의 쇠퇴와 좋은 석재를 구하기 어려움에 따라 다시 사용됨으로써 보존되었다. 기둥머리 장식은 건물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부분이며, 기호에 따른 변화와 장인의 탁월한 솜씨를 잘 반영하였다. 가장 초기의 기독교 기둥 장식은 고린도 양식에 속하며, 많은 바실리카 건물에 나타난다. 기독교 장식이 일반적인 로마 장식과 다른 점은 자연주의적 요소가 사라지고 특히 아칸서스 잎 장식에 있어서 대칭성과 도식화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기둥머리와 다른 석재 장식품들은 그 무게로 인하여 해안의 채석장에서 다듬어지거나 만들어진 후 육지보다 바다로 운반하였다. 그래서 콘스탄티노플을 에워싸고 있는 마르마라 바다의 채석장에서 나오는 하얀 대리석은 더욱 소중히 여겨졌다.
제의용 기구들도 돌을 다듬어 만들었다. 제단의 칸막이와 강대상, 제단 등은 교회가 증가됨에 따라 3∼4세기 석공들을 바쁘게 만드는 주된 품목들이었다. 그 석제품들은 훗날 이슬람 세력의 침입이나 제의 관습의 변화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폐기되었다.
4∼5세기의 건물에는 많은 인물상들이 양각으로 새겨졌다. 로마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아치는 315년에 완성되었으며 여러 개의 패널이 담겨있다. 콘스탄티누스는 두 줄로 조각된 신하들 사이에서 보좌에 앉아 있으며, 그와 같은 형식의 조각품이 테오도시우스 1세가 390년에 세운 콘스탄티노플의 히포드롬에서도 나타난다.
석관을 무덤으로 사용하는 고대의 전통은 4∼5세기에 유행되었으며 지역에 따라서 6세기까지 계속된다. 석관은 벽안에 넣거나 벽면에 붙여 놓으므로 밖으로 드러나는 한 면에서 세 면까지 장식이 이루어진다. 그 장식들은 촘촘히 여러 인물들을 새긴 것이며 간혹 원형의 테두리 안에 주인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이교도의 장식에서는 신화적 내용이 담겨 있으며, 기독교인의 석관에는 성경의 이야기들로 구성하였다. 대체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요나 이야기나 다니엘과 사자, 풀무불의 세 사람 등이 많이 채택된 것은 부활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신약성서를 기반으로 한 주제들도 나타나는데, 침례는 부활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본래 이교적인 주제였던 선한 목자나 철학자와 제자들도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채택되었다. 석관 주인이 기독교적인가 이교적인가 하는 점은 석관에 나타난 다른 주제를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전 4세기의 아나톨리아에서 발견된 석관에서도 기둥과 아치와 박공에 인물 행렬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거기에 있는 인물들은 신들이나 영웅들인 반면, 기독교적 석관에서는 성서의 인물들로 해석되는 것이다. 어떤 석관의 형태와 장식은 지역적 특성, 예컨대 로마적 특성을 반영한다. 그러나 어떤 석제품의 지역적 특성을 연구할 때 다른 석제품과 같이 한 채석장에서 가공되어 여러 지역으로 배달된 경우나 석공이 다른 지역에서 같은 제품을 만든 경우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4∼5세기 로마시대에는 세워 놓은 입상들이 각광을 받았다. 초기 기독교의 도시인 콘스탄티노플에서도 많은 입상들이 있었으며, 그 전통은 유스티니아누스 2세가 통치하던 7세기까지 계속되었다.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이방 신들의 형상도 4세기까지 만들었거나 이미 있던 것들을 새 수도의 미관을 위해 콘스탄티노플로 가져왔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 히포드롬의 세 마리 뱀이 뒤엉켜 올라가며 기둥을 장식하는 동제품 등은 델피의 아폴로 신전에서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로마제국에서 기독교적 주제로 세워진 입상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기독교적 입상이 드문 것은 이교적 동상이 많이 유입됨으로써 기독교적인 것들도 이교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동상제작을 꺼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한상인 목사(국제신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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