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자, 소외된 영혼 돌보는 소명
 예수님처럼 나누는 삶 위해 온몸 던져
 
 세무사하면 냉철하고 빈틈도 없는 사람일 것이란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다른 사람의 소중한 재산을 다루는 일이기에 철저하고 정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따뜻함이나 인정이란 단어는 세무사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8000여 세무사들을 대표하는 한국세무사회장 조용근 장로는 나눔과 섬김이라는 가슴 훈훈한 미덕을 오늘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1946년 생 예순을 훌쩍 넘은 그의 얼굴에서는 의리와 결의, 성실, 열정이 읽혀진다.

조 장로는 올해 4월 회장으로 취임할 때 축하 화환 대신 받은 쌀과 성금을 밥퍼로 유명한 다일공동체와 말기환자들을 위한 시설 샘물호스피스 등에 전달했다. 사실 이 일은 조 장로에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그는 2005년 38년의 공직 생활을 접고 세무법인 석성을 개업할 때도 쌀을 받아 어려운 이웃들을 섬겼다. “화환은 받을 때는 예쁘고 좋을지 몰라도 처치도 번거로워요. 꽃 대신 쌀을 받아 좋은 일에 쓴다니까 원래보다 더 많은 축하금을 보태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렇게 꽃보다 아름다운 쌀은 한 끼가 아쉬운 사람들에게 생명으로 피어났다. 국세청에 재직하던 때부터 조 장로는 사회복지단체 소망의 집을 찾아가 지체장애인의 목욕을 시키고 후원하는 일을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 8월에는 10여 년 간 봉사해온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본부의 명예본부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조용근 장로의 나눔과 섬김이라는 삶의 원칙은 부모님께로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이다. 어린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를 다니며 신앙 안에서 성장했다. “어머니의 새벽기도가 오늘의 저를 있게 했어요. 형제들이 장로, 목회자 사모로 성장했고 손자 세대들도 모두 잘되어서 받은 복이 풍성해요”

 한국전쟁 때 다섯 살이었던 조 장로는 지독한 가난의 한복판에 있었고 영양실조로 생사의 기로에 섰다. 외가에서는 그냥 둬도 죽을 것이 불 보듯 하자 들쥐를 잡아 조 장로와 두 살 어린 손아래 동생에게 먹였다. “저는 조금 컸기 때문에 소화를 시켜 살았는데 동생은 결국 죽었어요. 그때부터 나는 덤으로 살았으니 먼 훗날 어른이 되면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몸을 던져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는 1994년 ‘석성 장학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고 있다. “1984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작은 집을 물려주셨어요. 10년 간 재테크를 해서 장학재단을 할 수 있는 최저 요건 액수를 만들고 아버님과 어머님 이름에서 한자씩을 따서 만든 것이 석성 장학회지요”

 배고픈 설움만큼 그를 아프게 한 것이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초·중·고 12년을 결석 없이 다녔지만 수학여행은 단 한 번도 가지 못하고 학교로 등교했고 앨범비가 마음에 걸려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너무도 가난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입주 가정교사도 했지만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학비가 없었다. 2년 동안 일해서 학비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국세청 공무원 1기 공채를 발견했다. “600명을 뽑는데 6만 명의 지원자가 몰렸어요. 저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지만 대부분 대졸자들이었죠.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절대 합격할 수 없었을 거예요” 말단 공무원부터 시작하여 기관장인 대전지방국세청장직으로 퇴임하기까지 그는 특유의 성실과 근성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성경 말씀을 삶의 좌우명으로 마음에 새기고 행동한다. 언제나 적극적인 자세로 일하며 기도했다.

 지난 2003년 4월부터는 매주 한 번 씩 자신의 집 2층으로 불신자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교제를 나누고 있다. 마태목장이라 이름 붙은 이 모임은 예수님의 제자이자 마태복음의 저자인 마태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이 모임엔 전·현직 세무공무원들을 주축으로 30여 명이 모인다. 조용근 장로는 이 모임을 통해 후배들에게 ‘우리 선배 가운데 좋은 책을 쓴 분이 있다. 한번 읽어보라’며 마태복음을 추천하기도 한다. 마태목장은 조용근 장로와 부인 류영혜 권사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2000년 전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랬듯 나눔과 섬김이 시간이 지나며 더 큰 빛을 발하고 있다. 부부단위로 모이는 이곳에서 회원들은 자녀, 부부, 가정 문제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문제 해결과 서로를 위해서 함께 기도한다. 조 장로는 어려운 이웃을 섬기고 싶어 하는 뜻을 지닌 회원들을 소망의 집과 다일공동체로 인도해 꿈을 실현시켜주고 있다.

 공직 은퇴 후 지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도 나눔과 섬김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다. 나눔과 섬김 없이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그가 체득한 원리이다. 한국세무사협회장으로서의 포부 역시 마찬가지다. 세무사 사회, 나아가 우리 사회 저번에 나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 사회 지도층들이 모델이 돼야 한다는 것이 조 장로의 생각이다.
 “저는 형식적인 것을 버리고 제 삶을 나누고 싶어요. 더욱이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크리스천을 봅니다. 그럴수록 더욱 우리의 사랑을 주고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삶이 나눔과 섬김 그 자체였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