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품을 그릇에 비유한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마음그릇을 갖고 있는 분이 바로 우리 예수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두개냐 바리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세속의 구분을 뛰어 넘어 그의 됨됨이가 얼마나 믿음의 큰 뜻에 가깝느냐, 믿음의 큰 뜻에 반하느냐를 먼저 따지신 분이 바로 우리 주님이기 때문입니다.

 큰 믿음, 큰 사상, 큰 정신이 아니고서는 가당한 일이 아니지요. 비록 사마리아인이라 할지라도 그가 선한 일을 한 사람이면 신분 따지지 않고 칭찬해주시는 분이 우리 주님입니다. 그런가 하면 절대종교의 사회에서 아주 높은 지위에 있는 고위 성직자라 할지라도 그가 벌이는 행실이 의롭지 못할 때는 불같은 열정으로 눈을 부릅떠 “이 독사의 무리들아!”라고 꾸짖은 분이 바로 우리 주님입니다.   

 신분 천한 여자가 간음한 혐의로 거리에 끌려 나왔을 때 무리를 막아서며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있다면 저 여자를 돌로 치라!”면서 여자를 구해내신 분이 바로 우리 주님입니다. 그러다가 종국에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십자가에 맡길 만큼 큰 믿음의 화신이셨기에 예수님은 온 인류를 다 담아낼만한 큰 그릇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앞을 봐도 옆을 봐도 온통 화제가 선거에 대한 얘기들뿐입니다. 후보들끼리 벌여대는 무자비한 경합양상이 실로 점입가경입니다. 예수님처럼 온 인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조그만 나라의 민족역량이나 공동체성만이라도 너그럽게 다독임으로써 우리 앞에 주어진 선진 비전 노정을 순조롭게 챙겨나갈 수 있는 그런 그릇크기의 지도자가 나타나주기를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정략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독이라도 서슴없이 내뿜는 그런 독사 같은 편협한 사람이 만의 하나라도 잘못 뽑힌다면 그것은 나라의 비극이겠지요.   

 승패를 초월하여 큰 뜻, 큰 비전을 추구할 줄 아는 큰 그릇의 유능한 인물이 우리 앞에 선택의 대상으로 떠올라주기를 기도합니다. 나무 하나하나보다는 거대한 숲의 생태 순리를 먼저 조망할 줄 아는 그런 혜안의 지도자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늘 주님 앞에 겸손히 무릎 꿇고 자신의 그릇크기 한계를 부단히 키워나가고자 마음 비울 줄 아는 그런 심성의 지도자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만재 (카피라이터, 막쩌낸 찐빵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