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아버지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아들 안아주는 아버지의 두 손에 사랑 가득 
작품 속에 회개와 용서, 감격과 기쁨 넘쳐
                                                    

 광활한 러시아는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은 나라이다. 그러나 한 점의 작품을 보기 위해 그것도 그 감상만을 위해 일주일 이상의 휴가를 고스란히 바친다면 믿기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쥬(Hermitage) 미술관에 있는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는 그럴 힘을 갖고 있다. 그래도 그 감동을 주체치 못하여 떠나는 날을 아쉬워한다. 이 그림이야말로 위대한 선교사인 셈이다.

 탕자에 대한 비유는 앞서의 회개와 함께 용서가 동반되고 있는 점에서 그 뜻함이 깊고 여운은 길다. 두 아들 중 한 아들이 집을 나가 자기 몫의 재산을 탕진하고 끝내 아버지께 돌아온 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의 집 돼지치기로 있다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에 이르니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라도 먹고 싶어 했다. 팔레스틴 지역에서는 돼지치기는 가장 천한 직업이고 돼지고기를 먹는 것도 금기시되었을 뿐 아니라 가장 불결한 동물로 간주되던 터이다.

 “그 아들은 일어나 아버지에게로 갔다. 그 아들이 아직 먼 거리에 있는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달려가 아들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아들이 아버지께 말하였다. ‘아버지 저는 하나님과 아버지 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종들에게 말했다. ‘서둘러 가장 좋은 옷을 가져와서 아들에게 입혀라 또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고 발에 신발을 신겨라 … 내 아들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다’”(눅 15:20-24)

 이 비유의 핵심 가르침은 무엇일까? 그 두 축은 회개와 용서이다. 회개가 없으면 용서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용서의 근거는 사랑이다. 렘브란트는 이 메시지를 ‘돌아온 탕자’ 작품에 담고자 했다.

 사랑과 용서의 하이라이트는 아버지의 그 큰 두 손이다. 아들의 등을 덥석 안고 힘주어 끌어 들인다. 아들은 달려와 신발이 벗겨진 채 그의 머리를 아버지의 가슴에 깊이 묻으며 용서를 빌고 있다. 아들의 옷은 남루한 누더기이고 몸은 지쳐있는 듯하다.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묻거나 훈계를 하지 않았다. 전적인 용서와 돌아옴에 대한 감사와 감격과 기쁨이 있을 뿐이다. 

 렘브란트는 작가의 일생을 통해 영욕을 경험한 사람이다. 36세의 한창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주변에 여인들도 있었지만 마음 편치 않은 고독의 삶을 살아야했다. 풍성한 재력으로 거대한 저택에 살며 귀족 못지않은 생을 즐겼으나 그의 지나친 호기심과 씀씀이로 파산하였다. 그리고 끝내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마저 잃었다. 이 작품을 그릴 때 잃은 아들에 대한 슬픔으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가난 속에서 참 평화를 찾게 되었는데, 그것은 주님이 늘 그와 함께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 글을 마무리 지을 즈음에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전도연이 자꾸만 떠올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나는 아직도 여전히 탕자라는 자괴감이다. 하나님으로부터 그 많은 은혜와 사랑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자기에 머무르고 있는 나는 감히 하나님께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은혜에 반응하게 하라고 내게 다그친다.

 나의 뇌리를 때리고 있는 생각은 또 있다. 사람이 과연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가이다. 진정한 회개 없는 용서와 화해는 모래위의 집이 아닐까. 그 때문에 신적 권위에 귀의하지 않은 용서는 끝내 이해되거나 망각되는 것이지 참 용서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이석우(경희대 명예교수, 역사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