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성을 대표하는 이어령 교수는 항상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왔다. 88서울 올림픽 개막전에서 한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게 하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본에서는 축소지향형이라는 일본인의 특성을 한 마디로 압축한 책을 써서 일본사회에 화제를 몰고 왔다. 문화관광부장관 시절에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문화정책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최근에는 70세가 넘어서도 디지로그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대를 접목할 때 경쟁력이 생긴다며 폭넓은 사례를 소개하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처럼 늘 시대를 앞서가는 그가 지난 7월 일본에서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어 사회를 놀라게 했다. 그는 1970년대 ‘신과 인간’, ‘영성과 이성’ 등의 문제를 놓고 기독교계에 맞서 격렬한 논쟁을 벌였던 인물이기에 더욱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세례를 받은 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청중을 상대로 진행한 강연에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내가 크리스천이 되리란 생각은 못했다. 그런데 오늘부터 넌 크리스천(Non-christian)에서 크리스천이 됐다. 이것은 나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나는 이성의 힘, 지성의 힘으로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지성과 영성, 그 문지방 위에 서 있다. 나도 궁금하다. 내 앞에 놓인 게 과연 ‘벽’인지 ‘문’인지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기독교인이 되는 데는 딸이 큰 역할을 했다. “사랑하는 딸이 암을 이겨내는 걸 보며 절망과 희망을 봤다. 나는 딸에게 죄의식이 있다. 지금껏 항상 바빴고, 항상 미안했다. 세례는 딸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은 사실은 일본의 지식인들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한국의 지식인들에게도 이 교수의 세례 소식은 큰 충격으로 다가오며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에게는  “예수 믿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겠어요”라는 고백과 함께 큰 기쁨과 은혜로 다가왔다.

양병무(인간개발연구원장, 숙명여대 초빙교수)